4·15총선이 약 70일 남짓 남은 가운데 양대노총도 정치 세력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계 표를 무기로 삼아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는 것과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내걸고 대정부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의당 등 주요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각 산별노조 비례대표 출마 등에 적극 움직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 공무직 처우개선, 비정규직 철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특수고용직과 플랫폼노동 등 주요 노동 문제를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40대 해고 제한법 도입,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 재벌개혁, 입시 개편, 공평과세 등 현실성 떨어지는 무리한 요구도 내세울 것으로 보여 한바탕 논란도 예상된다.
4일 노동계 안팎에 따르면 민주노총·한국노총은 각각 총선 어젠다 제시를 시작으로 발언권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불평등 양극화 해법 찾기 노동·시민사회 대토론회’를 공동으로 열고 공격적인 이슈 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4월 총선은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열리는 시기로, 변화와 의제를 노동과 시민사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역시 인사말을 통해 “불평등·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내놓는 이야기들이 단순히 일부 의견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총선 관련 행보에 좀 더 적극적인 쪽은 민주노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계기로 주요 진보정당들이 비례대표를 통한 국회 입성을 노리는 점을 파고들었다. 이미 지난달 말 가맹 조직에 민중당과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선 선거인단에 조합원의 가입을 독려하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각 산별노조마다 지지하는 정당을 정해 직접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서비스연맹은 각각 정의당과 민중당에서 예비후보를 낸다. 아울러 주요 진보정당에는 21대 국회 동안 민주노총과 노동정책 및 입법 관련 협의와 정례협의를 열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은 총선 대응 방안을 오는 26일 예정된 정기대의원대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신임 김동명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 불과 일주일 남짓밖에 안 됐기 때문에 어떠한 방침을 당장 내놓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다만 정책협약을 맺고 있는 민주당과의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총선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달 위원장 선거에 당선된 후 “한국노총이 민주당을 만든 주체로서 당내 위상정립이 필요하다”며 정책협약의 약속 이행 여부와 수용 가능성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여당의 태도에 따라 총선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양대노총에서 제시한 총선 이슈들을 보면 재계나 정부를 향한 공세가 더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노총은 이달 중 고용동향 발표 시점에 맞춰 40대 해고제한법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공평과세, 연대임금 교섭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법 2조 개정과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정하는 한편 비정규직·재벌개혁·정치개혁 등 분야별 8대 입법 과제도 제시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