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자 중국에서 오는 택배 제품에 대한 ‘직구족’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배달된 물품에 혹 바이러스가 묻어와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5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외직구 시장에서 반입건수 기준 중국 제품의 점유율이 미국에 이어 2위로, 2016년 11%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33%까지 급증했다. 공기청정기, 무선 이어폰 등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중국산 전자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 직구 시장은 급격히 성장 중이다.
중국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 무선 이어폰을 직구해 지난 3일 배송받은 김모(29)씨는 찝찝한 마음에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우편물을 열었다. 그는 운송 과정에서 상자에 바이러스가 묻었다면, 박스를 처리하는 분들도 감염 우려가 있을 거 같아 알코올 적신 휴지로 닦은 뒤 배출함에 내놓았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해외직구 상품의 신종코로나 감염 위험성에 대한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여러 커뮤니티에는 “얼마 전 직구한 상품이 스웨덴·덴마크·독일·중국을 거쳐 배송된다는데 택배가 오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걱정”이라거나,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배송받을 물건이 10개가 넘는데 환불도 안 되고 큰일이다. 도착하면 모두 소독해 쓰고, 당분간 알리·타오바오 쇼핑은 끊어야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러한 우려는 중국 직구 제품뿐 아니라 국내에서 배송되는 우편물에 대해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택배기사를 직접 대면하기도 꺼려진 박모(40)씨는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가서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온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배달 과정에서 사람 손을 많이 탔을 것 같은 택배상자를 보니 바이러스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편물을 통한 신종코로나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신종코로나 유행 일일보고서에서도 “기존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서한이나 소포 등 물체 표면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한다”며 중국발 택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국내질병관리본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들어가야 감염이 가능하다”며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운송 과정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체 외부로 나가 물체 표면에 달라붙은 바이러스는 10분 이내에 다 사멸한다”며 “택배를 통한 감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