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감사원 "소비자보호 미흡" 금감원에 경고…대책은 금융위원장에 맡겨

"금감원 관리·감독 잘 하고

금소처 분리방안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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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금융위원장에게 사실상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독립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고 지적하면서다. 감사원은 이와 별도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예방을 위한 금감원의 검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고 제재가 적정했는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감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특히 금감원의 감독이 미흡한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5월14일부터 6월12일까지 4개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실태검사를 실시했다. 실손·정액보험에 모두 가입한 소비자가 실손보험금만 청구하자 보험사가 실손만 지급하고 4만건에 가까운 정액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은 것을 적발했다. 문제는 1,324건의 의심 사례를 제출받았지만 검사 후반부(6월11일)나 검사 실시기간 이후에 받은 것이라며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아 소비자가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금융사의 과징금 부과 여부도 금융위에 건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창업 중소기업은 관련 법에 따라 창업일로부터 2년 내에 대출받을 경우 인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2012년 창업 중기의 80% 이상이 부당하게 인지세를 냈으므로 금감원이 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감독이 잘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그 결과 대출 35만2,471건 중 절반이 넘는 19만3,547건(54.9%)에 대해 인지세 109억여원이 여전히 잘못 부과됐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는지 관리·감독하고 장기적으로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이 금융위원장을 콕 집어 감독 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것은 처음이다. 10년 전부터 논의는 많았지만 진척은 안 된 금감원 내 금소처 분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장에게 금감원 관리를 강화하라는 의미여서 티격태격하는 양 기관의 갈등도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위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므로 국회와 함께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감사원의 의견을 수용했다. 반면 금감원은 “큰 틀의 정부 조직개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조직의 한 축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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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감사 내용을 보면 금감원은 해외사무소 통폐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7년 “미국 통화감독청도 런던 한 군데, 일본과 독일은 해외사무소를 아예 운영하지 않는데 금감원은 7곳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 해외점포 검사·감독은 필요시 출장을 통해 수행하므로 해외사무소의 전면적인 정비·폐지 방안을 만들라”고 조치했다. 그러나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 5월 홍콩사무소만 폐지하고 2018~2019년 예산 149억6,600만원을 투입해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예산은 금융기관 분담금이 대부분인데 이는 곧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기관 해외점포가 없는 지역의 사무소를 우선 폐지하는 등 단계적인 정비·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최근 직원을 금감원에 파견해 DLF 사태와 관련해 자료를 요청했고 이어 예비감사·현장감사 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DLF 사태가 터지기까지 은행을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지, 3년 전 감사에서 지적한 금융사 임직원 징계 기준 등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정영현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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