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종헌 재판장의 '유례없는 중앙지법 5년 잔류', 민유숙 대법관은 알고 있었나

대법 '재판부 기피 기각' 7개월 넘게 미루다 인사 직전 기습 결정

법조계에선 '중앙지법 이미 4년' 윤종섭 부장판사 전보 예상 당연시

"잔류 사실 미리 알았거나 대법원이 유죄 심증 내비친 것" 비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재판장이 사법부 사상 거의 유례 없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5년째 잔류하기로 결정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이를 예견한 듯한 대법원의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 결정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구속 피고인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이례적으로 7개월이나 뭉개다 법원 인사 직전 기각한 것 자체가 재판장인 윤종섭(50·26기) 부장판사의 향후 거취와 연계해 내린 판단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현 사법부 대법관들이 윤 부장판사의 재판부 잔류는 물론 임 전 차장에 대한 사실상의 유죄 심증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법조계에서는 지난 6일 법원 전보 인사 명단에 윤종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부장판사의 이름이 없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에 합류한 윤 부장판사의 서울중앙지법 잔류가 또 다시 1년 더 연장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에 특정 판사가 5년을 연속해서 근무하는 건 법원행정처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로만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법원 역사상 처음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관들은 일반적으로 2~3년에 한번씩 순환 근무를 하는데 윤 부장판사의 4년 근무만 해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윤 부장판사는 지난 2006~2008년에도 2년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부장판사의 잔류가 임 전 차장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의중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고법 부장 이상급 인사를 고작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불현듯 기각한 사실이 또 다시 회자되는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은 “1심 재판부가 편파 재판을 한다”며 이듬해 6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해당 신청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지만 웬일인지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통상적인 경우 구속 피고인은 인권 문제 때문에 일주일~한 달이면 결과를 내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였다. 기피 신청 제기 이후의 수감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도 않아 그 손해는 고스란히 임 전 차장이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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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법조계에선 윤 부장판사가 누구보다 가능성이 높은 전보 대상이라는 점에서 기피 신청은 결국 대법원의 판단 보류 속에 법원 인사와 함께 자동 각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갑자기 기각 결정을 내렸고 법원 안팎에서는 “어차피 곧 재판장이 바뀔 텐데 이미 시간을 다 보내놓고 인사 직전에 결정을 내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상당수 법조인들은 대법원의 당시 기습 결정이 이번 인사로 이해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초동의 한 고위 법관은 “주심인 민유숙 대법관이 윤 부장판사 교체가 당연히 예상되던 인사 시즌 직전 시점에 재판부 유지 결정을 내린 이유를 그때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며 “인사 결과가 나오고 보니 윤 부장판사의 아주 이례적인 잔류 사실을 미리 알았거나 고의로 잔류해야 한다는 신호를 주려던 게 아니었나 싶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이 ‘편파 재판’을 문제 삼은 재판부를 이례적 인사를 내면서까지 유지한 것만으로도 대법원이 사실상 유죄 심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임 전 차장의 1심 진행 과정에서만 ‘재판부 기피 신청 7개월 이상 결론 보류’, ‘인사시즌 전날 결론’, ‘재판장의 사상 첫 5년 연속 서울중앙지법 근무’ 등 대법원 주도의 이례적 상황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5년 차까지 머문 판사를 지금껏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며 “임 전 차장 외에도 다른 주요 재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부장판사만 기간을 연장한 건 상당히 특이하긴 하다”고 꼬집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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