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올 3·4분기 안에 분할하기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기업공개(IPO)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LG 배터리 신규 법인은 분할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3·4분기 분할하게 될 배터리 부문 자회사의 우리사주 매입에 대한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우리사주 공모는 IPO 절차 중 하나라는 점에서 LG화학이 IPO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분리되는 배터리 법인 사무실을 오는 7월 완공되는 여의도 파크원에 입주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파크원은 LG화학 본사인 여의도 트윈타워 바로 옆에 있다.
배터리 회사 분할은 앞서 LG화학이 LG하우시스를 분리할 때와 유사한 형태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 2009년 산업재 부문을 LG하우시스로 인적분할한 뒤 상장했다. 분할 이전 LG화학의 시가총액은 8조원을 밑돌았으나 이후 6개월 만에 LG화학과 LG하우시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15조원을 돌파하며 대표적인 인적분할 성공 사례가 됐다.
배터리 사업 분할 상장은 배터리와 석유화학 사업 양쪽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화학은 올해 약 3조원의 영업현금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그 2배 수준인 6조원의 설비투자를 앞두고 있다. LG화학의 캐시카우였던 석유화학 사업의 업황 악화로 차입금이 증가해 재무 부담은 커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연말 LG화학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BBB+(안정적)’로 강등하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을 분할 상장할 경우 공격적인 배터리 투자와 함께 석유화학에 대한 투자 규모도 유지할 수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서 회사는 배터리에 대한 투자집행 부담으로 올해 화학 부문 설비투자 규모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으나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올해 화학 투자계획은 1조8,000억원으로 변함이 없었다”며 “(배터리 사업) 분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화학 부문 투자 방향성이 변경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사업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췄다는 판단 때문이다. LG화학 전지사업부는 지난해 4·4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관련 충당금 3,000억원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적자를 냈지만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는 손익분기점(BEP)에 준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올해 회사는 전지사업부 전체 매출이 15조원, 그 중 자동차 전지 매출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전지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8조3,503억원이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업 방식이 서로 다른 석유화학 부문과 전지사업 부문이 같이 있어 장점도 많지만 투자 우선순위나 여러 면에서 각 부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 분사 및 기업공개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