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수요일] 꽃 중의 꽃




한명희

요새는 벌도 나비도 다 내 것 같구나


잠시 앉았던 벌 나비는 물론이고

날아가는 것들마저 다 내 것 같구나

한 번 꺾이었다

다시 피어났더니

못 잡을 벌 나비 하나 없구나

쳐다보지도 않고 날아가는 저 새들

마침내는

저것마저 가질 수 있겠구나


내 것 같은 게 아니라 당신 거예요. 벌도 나비도 당신이 피어서 날아왔죠. 오늘 날아가는 저 새도 내일 돌아오죠. 살다 보면 세상이 선물인 걸 까맣게 잊죠. 빈손으로 왔지만 모든 걸 누리죠. 하늘도 별도 산도 바다도 모두 당신 거예요. 믿어지지 않으면 두 눈을 감아 봐요. 눈꺼풀 창고에 온 세상이 갇히죠. 눈을 떠 봐요. 하나도 빠짐없이 오롯이 나타나죠. 세상 모든 게 당신 것이니 두 손에 다 쥐려 허덕이지 말아요. 참깨 주우려다 수박 떨어뜨리지 말아요. 꽃 중의 꽃은 바로 ‘나’. 오늘도 피어요. 당신이 시들면 하나의 세계가 함께 시들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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