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경수 법정구속' 재판장 등 사법농단 연루 판사 3명 1심서 무죄

"조직적 정보유출 없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인정 안해

梁사법부도 무죄땐 일선판사 vs 文·김명수 대립구도 형성

공소사실 직결 양승태 재판도 영향... 사법적폐청산에 제동

성창호 부장판사가 13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웃는 얼굴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성창호 부장판사가 13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웃는 얼굴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영장판사로 재직하며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같은 기밀을 윗선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세 명의 법관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모두 징역형을 구형한 검찰 측 입장을 완전히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을 유출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통상적인 사법행정 업무 절차였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부 유출된 수사정보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수사 확대를 저지할 목적으로 검찰 압박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신 부장판사는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 관련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부당한 조직 보호에 나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도 신 부장판사의 보고 요청에 응한 것이지 영장재판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기로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한 판사 겨냥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검찰 수사상황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 부장판사·성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법관이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직후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구속해 진보세력으로부터 “양승태 키즈의 보복판결”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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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긴장한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리던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최종 판단이 나오자 웃음을 띠며 변호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신 부장판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을 만나 “현명한 판단을 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고 성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적으로 보나 (검찰 기소가)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사법부 의혹과 관련해 무죄 판단이 나온 것은 지난달 13일 대법원 재판 검토보고서 유출·파기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두 번째다. 관련 의혹에 대해 지금껏 나온 모든 1심 결과가 ‘완전 무죄’로 모이면서 검찰 측은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와 논리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 세 부장판사의 혐의는 수사기밀 유출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임 전 차장,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과도 바로 연결되는 혐의인 만큼 다른 연루자들의 재판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14일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까지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더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 부장판사의 1심 재판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 과정을 깐깐하게 살펴 주목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개인의 권력형 비리가 없는, 조직적인 혐의만으로 구성됐다. 회삿돈을 횡령했거나 뇌물을 받아 사익을 챙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다른 적폐 사건과는 형태가 전혀 다르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47개의 혐의 중 직권남용만도 무려 41개에 달한다. 몇몇 연루자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도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법관들이 도미노처럼 늘어난다는 얘기다.

판사들이 양승태 사법부에 잇따라 면죄부를 줄 경우 수사에 직접 힘을 실어준 문재인 대통령, 이에 협조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본격적으로 척을 지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여권 등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공격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죄 판단이 계속될 경우 최근 ‘사법농단 의인’을 표방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 전 판사, 이수진 전 부장판사, 최기상 전 부장판사의 총선 입지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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