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정책

[기자의눈] 청년에게 필요한 건 ‘공감봇’이 아니다

하정연 정치부



“감히 이 땅의 청년을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공감하고 함께할 뿐….”(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2호 원종건씨)

원씨의 입당식 때 민주당은 원씨가 과거 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했던 영상을 틀었다. 감동적 사연에 더해 취약 지지층인 ‘이남자’ 공략이 필요했던 민주당에 원씨는 화제성과 상징성을 고루 갖춘 인재처럼 보였을 것이다.


민주당은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원씨처럼 화제성 있는 인물들을 추렸다고 한다. 여의도 정치권이 얼마나 인간극장식 인재 영입에 몰두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원씨와 관련한 ‘미투’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청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원씨에게서 정치적 소신, 정책적 고민과 대안에 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앞서 원씨는 청년을 위해 추진하고 싶은 정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충분하게 고민할 시간은 되지 못했다”면서 “‘청년 가장’에 초점을 맞춰서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영입 인재인 31세 전직 소방관 오영환씨도 “(청년문제와 관련해) 당장 제가 정책적으로 많은 고민을 해서 해결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또래 모든 청년이 겪어온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감으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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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원하는 청년 정치인은 절절한 감동 스토리를 가진 인물도, 별다른 대안 없이 자신의 아픔에 그저 공감해주겠다는 인물도 아니다. 역경을 극복한 경험, 인생에서의 시련이 일종의 자산은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총선 출마계획을 갖고 ‘정치인’을 꿈꾼다면 청년들을 대표해 사회문제를 정책과 입법으로 풀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숙고 과정을 거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권의 이벤트성 청년 인재 영입은 ‘공감봇(로봇처럼 반사적으로 공감하는 이들)’이라는 비웃음을 받아 마땅하다. 정책적 고민, 이를 둘러싼 사회의 이해관계와 여야 알력 다툼 등을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청년 정치인은 ‘공감봇’만 될 뿐 우리 청년층을 대변할 실질적 청년 정치인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감봇’ 청년 정치인이 아니다.


하정연 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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