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발로 뛰는 대신…'디지털'로 보험 영업스킬 배워요

■보험사 신입사원 연수 新풍경

명함돌리기 등 현장 교육서 전환

한화생명, 자사 앱 아이디어 공모

현대해상은 빅데이터 활용 교육

현업에 활용될 역량 강화에 집중

올해 입사한 현대해상 신입사원들이 지난달 진행된 ‘2020 신입사원 연수’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해상올해 입사한 현대해상 신입사원들이 지난달 진행된 ‘2020 신입사원 연수’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해상



한 대형 손보사에서 약 20년째 근무한 A부장은 요즘도 입사 동기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일 때면 신입사원 연수 기간의 고생담을 안줏거리로 삼는다. 명함 100장을 들고 한 기업체 건물을 층층이 돌며 100장의 고객 명함으로 바꿔오라는 미션부터 지하철 칸을 돌며 람보 흉내를 내야 했던 담력 테스트까지 자동차, 제약업종과 함께 영업고수들의 3대 산실로 통하는 보험사들의 과거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은 그만큼 독특했다. 한때는 지리산 등반, 무박 2일 행군, 해병대 캠프처럼 협동심과 애사심, 끈기를 키워주기 위한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성별이나 체력 차이를 무시한 군대식 신입사원 양성교육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이것도 옛말이 됐다.

그렇다면 요즘 보험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입사원 입사 연수를 진행할까. 최근에는 금융권의 화두로 자리 잡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에 따라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코딩 교육이나 동영상 제작 실습, SNS를 활용한 마케팅 실습처럼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최근 들어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 현업 업무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데 목적을 둔 교육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화생명은 현재 지난 1월 입사한 신입사원 6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 첫 과정은 ‘신입사원 입문과정’이다. 지난 7일까지 2주에 걸쳐 합숙교육을 진행했는데 이 기간 팀별 자율수행 과제는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의 활용방안’, ‘온라인보험 마케팅 활성화 방안’, ‘빅데이터가 생명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회사의 디지털 전략 방향을 반영한 주제들이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한화생명의 대고객 플랫폼으로 제작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써보고 활용 아이디어를 내는 교육도 신설됐다. 팀별로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짜고 이를 공유하는 식이다. 또 미래금융 트렌드 과정도 개설해 빅데이터, 브랜드전략, 신사업 등 미래혁신의 기반이 되는 업무분야의 선배 사원이 직접 강의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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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집합 교육을 마치고 신입사원들은 보험업의 근간인 개인영업채널의 영업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약 3주에 걸쳐 집 근처 지역단으로 배치되며 실제 FP(재무설계사)들이 활동하는 현장과 보험계약 체결 전반의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현업 부서로 배치되기 전 마지막 집합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MS오피스(파워포인트·엑셀·워드) 교육은 물론, 내·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코딩과 빅데이터 분석 툴인 OLAP(온라인 분석 처리) 교육을 3주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한화생명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아주기 위해 신입사원 대상으로 코딩 및 OLAP 교육을 채택했다.

올해 입사자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 중인 현대해상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특화 교육이 눈길을 끈다. 현대해상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SQL 교육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수많은 데이터를 원하는 대로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또 신입사원의 디지털 사고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코딩 교육을 진행했는데 신입사원들은 프로그래밍 실습 과정을 통해 직접 AI 스피커를 제작해 보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역량을 키우는 ‘게임화(Gamification)’ 교육도 확대됐다. 팀 대항으로 범인을 추리하거나 롤플레잉 방식의 카드게임으로 자연스럽게 협동심과 소통능력을 키우고 고객 관점에서 사고하는 습관을 심어주는 식이다.

DB그룹 신입사원들이 신입사원 연수기간 회사의 핵심가치인 질서, 신뢰, 사랑 등을 모형 롤러코스터로 표현해보고 있다. /사진제공=DB손해보험DB그룹 신입사원들이 신입사원 연수기간 회사의 핵심가치인 질서, 신뢰, 사랑 등을 모형 롤러코스터로 표현해보고 있다. /사진제공=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은 3주간의 그룹 연수, 5주간의 손해보험 연수를 포함해 총 8주간 신입사원 연수를 진행한다. 올해 신입사원들은 현재 손해보험 연수를 받고 있는데 연수기간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글로벌 데이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또 DB그룹의 핵심가치인 질서, 신뢰, 사랑 등 3정신과 고객가치 우선, 탐구하는 자세, 솔선수범 자기관리 등 3자세를 롤러코스터로 표현해보는 ‘밸류 챌린지 모형 롤러코스터 만들기’ 등을 통해 협동심을 키웠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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