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치앞 못보는 '마스크 대책'...업계 파장만 키우나

MB필터 등 원자재 품귀 호소에

정부, 수입선 다변화 나섰지만

물량확보 경쟁에 원자재값 올려

오히려 시장 교란 가능성 우려

부직포업체 "다 죽으란거냐" 반발




중국산 마스크 원자재(부직포나 필터) 조달이 어렵자 정부가 직접 해외 수입에 나섰지만 오히려 정부의 대책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중국 우한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여론이 민감해져 있는 상황만 보고 시장 영향을 덜 고민한 결과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 외에 한국까지 마스크 핵심소재인 MB(Melt Blown)필터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원자재 가격만 끌어 올려 물량 확보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내 공장 가동에도 불구하고 물류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마스크용 부직포나 필터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전날(12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대부분 중국서 수입해 오던 원자재를 해외로 다변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실제 정부는 산업자재 전문상사인 아이마켓코리아에 업무를 위탁하고, 마스크 제조사를 대상으로 원자재 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원자재를 수입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왔다. 중국서 원부자재를 수입하지 못해 마스크 생산에 차질을 빚는 중소기업에는 희소식이 됐지만, 수입 물량 확대로 국내 원부자재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필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 여력이 넉넉한 합지용(스펀본드) 부직포 제조업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는 다 죽으라는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합지용 부직포는 마스크 겉감과 안감에 들어. 한 부직포 제조업체 관계자는 “의류나 소파,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부직포를 마스크 제작에 맞게 제품 스펙을 조정하면 되는데 정부가 굳이 수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원자재 수입에 나서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국산 부직포 시장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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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한 번만 수입하고 끝나겠느냐”며 “합지용 부직포 해외 수입을 강행하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합지용 부직포 업체들은 상위 3개사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책에 따른 대응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마스크 품귀에 시달리는 중국과 일본 역시 원자재 조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국내 마스크 가격을 안정시킬 만한 대규모 물량을 수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나온다. 한·중·일이 동시에 원부자재 조달 경쟁에 나설 경우 오히려 원자재 가격만 올리는 악순환이 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글로벌 MB필터와 합지용 부직포 시장의 큰 손인 일본 도레이첨단소재 등과 같은 기업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도레이첨단소재 중국 법인은 현재 중국 정부로부터 추가 물량 공급을 해 달라는 독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수입선은 중국 외 여러 국가를 고려하고 있고, (부직포보다는) 우선적으로 MB필터 위주로 수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부직포 물량이 많지 않다 관련 업체들이 우려할 만한 시장교란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수민·이상훈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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