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아이]공장 가동 멈추고 소비도 뚝...'문혁' 이후 첫 역성장 덮치나

■코로나19에 질식된 中경제

연휴 두차례 연장끝 업무 공식 재개했지만

지방정부 '코로나 공포'로 공장가동에 소극적

시민들은 생필품 구입외엔 지갑 닫는 분위기

1월 수출실적 공개취소 등 경제지표도 악화

美 JP모건, 올 1분기 中 성장률 1% 전망 속

전염병 사태 장기화땐 더 떨어질 가능성도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이마에 체온 측정을 일곱 번이나 당했어요.” 중국 베이징의 한 국유기업에서 일하는 40대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출근길에 지하철, 회사 건물에서 체온을 재고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다시 회사 건물로 돌아와서, 또 퇴근길 지하철, 집 앞 빵집,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체온을 쟀다는 것이다. A씨는 “(영화 장면처럼 ) 머리에 총을 맞는 듯해 기분이 나쁘다”며 “주말에는 집에만 있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의 모든 무역·투자 상대국에 다각화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밀컨연구소의 커티스 친 아시아 담당 연구원이 최근 열린 한 국제행사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중국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전 세계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지나친 의존의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 중국에 모든 것을 둘 수 없다”는 취지로 제조업의 탈중국화를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장기화되고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소비가 급감하는 한편 과도한 방역과 인력부족으로 생산이 여전히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에서 역성장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해인 지난 1976년(-1.6%)이 마지막이었다.

중국 경제의 최대 딜레마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전을 강조하다 보니 생산재개가 더디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20일 전후로 춘제(중국의 설) 연휴에 들어간 뒤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이달 10일 공식적으로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봉쇄를 최우선에 두라는 중앙정부의 서슬 퍼런 경고에 일선 공장들의 업무재개 승인권을 쥔 지방정부들은 기업의 호소에 귀 닫은 채 잔뜩 움츠린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부와 기업 모두 전염병 방지와 경제활동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게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도시 간 봉쇄가 지속되고 2주간의 의무격리 조치로 인해 직원들의 복귀도 늦어지고 있다. 중국 중앙(CC)TV는 12일 기준으로 생산공장들의 80%가 업무를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동은 아주 일부만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도 이달 말께나 가동률 50%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전염병에 지친 기업들이 아예 중국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돌리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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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중국인대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모임을 금지하고 외출자제령을 내리면서 생필품 구입을 제외하고는 지갑을 닫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제조업 공장의 비중이 낮은 베이징 등 주요 도시들도 필수업종을 제외하고는 지방정부 지침으로 영업재개를 오는 20일로 늦췄다.

이미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일 발표하려던 중국의 1월 수출실적 공개를 취소하고 1~2월을 아예 합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춘제로 인해 수출이 무려 20.7%나 급감한 것도 그대로 공개했는데 올해 1월에는 아예 포기한 것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수출실적이 그때보다 더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194만대에 그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8%나 급감했다. 현지 자동차 업계는 2월에는 30% 이상 급감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기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계속 낮추고 있다. 미국의 투자자문 업체인 에버코어ISI는 최근 중국의 1·4분기 성장률을 0%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인들이 외출도, 쇼핑도 안 한다”며 “이것이 중국의 경제활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도 사실상 정체상태인 성장률 1.0%를 전망했다. 또 UBS은행은 3.8%를 제시했고 HSBC은행은 4.1%,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4.5%를 각각 내놓았다. 관변인 중국사회과학원도 5%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는 등 성장률 낮추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올 1월에는 상상할 수 없던 전망치다. 지난해 말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타결되면서 대부분의 기관은 6%, 적어도 5.8% 성장을 예상했다.

중앙정부는 진퇴양난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기업의 조업복귀를 촉진하고 시장책임제를 통해 물가를 관리하며 극단적인 예방·통제작업으로 생산활동에 영향을 주는 행위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14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제12차 회의에서도 “경험을 총결산하고 교훈을 받아들여 단점을 보충하고 부족한 점을 메워야 한다”고 전염병 방제의 개선을 주문했다. 다만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후베이성 및 우한시 당서기가 13일 전격 해임된 사례를 본 지방 관료들의 태도는 별로 바뀐 것이 없는 상황이다.

물가급등은 새로운 악재다. 올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4%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1.7% 상승)의 세 배다. 한 금융 관계자는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5%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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