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멀어진 금리인하, 정부 "코로나로 성장률 낮출단계 아냐"

14일 홍남기, 이주열, 은성수, 윤석헌 등 4대 경제수장들 한자리에

홍 부총리 “성장률 목표치 조정할 단계 아냐”

이주열 “금리 인하 부작용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이달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 멀어져...4월 금통위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내 졸업식·입학식이 취소되는 등 민간 경제주체들의 활동과 소비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직격탄을 맞은 관광·항공업계와 제조업계, 중·소상인업계에는 정부의 지원금이 수혈되는 상황인데요. 지난해 4·4분기에도 민간 소비가 부진했던 만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 차원에서 공조해야 올해 1·4분기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달 예정돼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4대 경제수장들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만나 코로나19와 관련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아직은 성장률을 낮추거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은성수(오른쪽부터)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등이 논의됐다./오승현기자은성수(오른쪽부터)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등이 논의됐다./오승현기자


◇홍 부총리 “성장률 목표치 조정할 단계 아냐”

홍 부총리는 이날 성장률 조정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외국인 관광객이나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아직 (피해 정도를) 수치로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지난해 말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2.4%)를 조정할 적절한 단계가 아니며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2015년 메르스 때와 비교해보면 전염성이 빨라 민간의 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된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코로나 불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는 점을 들어 소비 위축의 정도를 비교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오프라인 소비가 많이 줄었지만 온라인 소비는 굉장히 늘어 그 파급 영향을 비교해볼 필요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소비진작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항공해운·관광·수출대책을 마련하고 종합 패키지 대책으로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동차 업계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항공해운과 관광·수출 지원 분야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해 다음주 관련 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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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주열 “금리 인하 부작용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이주열 한은 총재도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기엔 이르다는 홍 부총리 의견에 뜻을 같이하며 즉각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금리 인하로 얻을 수 있는 경기 부양 효과만큼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의 중국 경제와의 높은 연관성과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을 고려할 때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시중 유동성을 계속 여유 있게 관리해나가겠다고 한 발언이 금리 인하까지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한은이 금리를 내린 전례가 있다며 이달 27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 될 것으로 전망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그때는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기에 들어섰을 때고, 지금은 바닥을 지나 회복 단계에 있다”며 “2015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정책에 더해 현재 기준금리가 1.25%로 역대 최저인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당장 하향 조정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이달 안에 잠잠해지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올해 상반기 내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은이 과거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마다 금리를 인하해왔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2003년 4월 국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다음 달인 5월 기준금리를 내렸고, 2015년 5월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3주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습니다. 이달 금통위 회의 이후에는 4월로 예정된 금통위가 상반기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회의입니다. 상반기 내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단할 지 주목됩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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