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 관련 스캔들로 파리시장 후보에서 사퇴한 자신의 측근 대신 아녜스 뷔쟁 보건·사회연대부 장관을 긴급 투입시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집권 여당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성 관련 스캔들로 파리시장 후보에서 사퇴한 벤자맹 그리보 전 정부대변인을 대신해 의사이자 혈액·종양학자 출신인 뷔쟁 장관을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주력해온 뷔쟁 장관도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15일 치러지는 파리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REM은 조만간 당 최고의결기구를 열어 뷔쟁의 파리시장 후보 공천을 확정할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측근의 갑작스런 낙마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예방을 진두지휘하며 인지도를 높인 뷔쟁 장관을 대타로 내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등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자신에게 표를 몰아줬던 파리에서 자신의 운명을 되돌리고 싶어한다”며 “전 후보자의 낙마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마크롱 대통령이 캠페인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서 존경받고 있는 뷔쟁 장관을 앞세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리보 전 정부대변인의 수사 의뢰를 접수한 파리 경찰은 15일 행위예술가 표트르 파블렌스키와 그의 애인인 알렉상드라 드다테오를 체포해 16일 현재 구금상태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파블렌스키는 최근 그리보와 관련이 있는 성적 내용의 영상을 입수해 자신이 만든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변호사인 드타데오는 수년 전 그리보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뒤 여러 건의 성적 내용이 든 영상을 전송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과 그리보가 썼다는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가 공개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속히 확산하자 그리보는 지난 14일 가족을 지키겠다면서 파리시장 후보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