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전산 시스템 개발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의 성장 비결로 꼽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페이먼트 사업 등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캄보디아 프놈펜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18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프놈펜상업은행을 이끄는 신창무 행장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6년 JB금융이 인수한 프놈펜상업은행은 현지 46개 상업은행 중 상위 10위권에 드는 우량은행이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자산 규모로 1위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6년 JB금융이 인수할 당시 5,000억원 규모였던 프놈펜상업은행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722억원으로 3년 만에 2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40.5% 증가한 20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그룹 순이익의 5.7% 수준이다.
프놈펜상업은행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는 코어뱅킹 등 독자적인 전산 시스템 구축이 있다. 본점의 전산 시스템을 변환해 사용하는 타행과 달리 프놈펜상업은행은 캄보디아 자체 전산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프놈펜상업은행은 경쟁력 있는 전산 시스템 모델을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금융사에 이식하는 등 하나의 사업모델로 키우고 있다. 신 행장은 “타행들의 경우 규모가 상당한데도 외부 코어뱅킹 모델을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며 “프놈펜상업은행 전산 시스템 모델을 이식받은 다른 금융사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새로운 오픈뱅킹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어뱅킹은 여수신이나 외국환 업무 등 금융사의 차세대 계정계 시스템을 말한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프놈펜상업은행 성장의 또 다른 이유다. 야간영업은 현지 고객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 끝에 시행된 방안이다. 프놈펜상업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본점을 포함한 영업점 3곳의 영업시간을 오후8시까지 연장해 시범 운영 중이다. 신 행장은 “통상 현지 은행은 영업 종료 후 퇴근까지 3시간 넘게 걸리는데 프놈펜상업은행의 경우 자체 전산 시스템으로 1시간이면 업무 마감이 끝나 야간영업이 가능하다”며 “본행 고객들이 대부분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근로자라 야간영업과 토요일 영업을 시행했고 이 시간대에 방문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프놈펜상업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2.0을 선보이고 비대면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현지 모바일뱅킹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2.0 버전에는 기존 로그인 방식을 개선해 지문인식으로 접속하고 보이스뱅킹 기능도 탑재된다. 앱 내에서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이체 대상과 금액을 말하면 은행 업무가 수행되는 식이다. 그는 “현지 크메르어의 문자가 복잡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했다”며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앱을 단순화하고 거래를 위한 탭 수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 행장은 캄보디아 내 장학사업과 의료봉사·문화사업도 추진해 프놈펜상업은행이 한국과 캄보디아를 잇는 가교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장학사업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캄보디아 내 지한파를 육성해 한국계 금융사와 기업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는 “캄보디아 학생에게 전북 지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두고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지도층이나 학계 자녀들 대부분이 유럽이나 중국으로 유학을 가는데 이들에게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마련해준다면 신남방 전략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프놈펜=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