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18일 창당 2년 만에 사실상 해체됐다. 전날 손학규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호남 통합마저 인준을 거부하자 비례대표 의원들이 스스로를 제명하는 ‘셀프(self·스스로) 제명’을 한 것이다. 제3지대를 기치로 창당된 바른미래당은 소속된 의원 전원의 이탈로 이름만 유지하는 ‘껍데기 정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날 바른미래당 의원 13명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의총에 참석한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 처리했다. 참석자는 지역구를 가진 박주선·권은희·김동철·주승용 의원 등 4명과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인 임재훈·이동섭·이상돈·김중로·이태규·김수민·최도자·신용현·김삼화 의원 등 9명이다. 지역구 의원 4명도 조만간 탈당할 예정이다. 장정숙(대안신당)·박주현(민주평화당) 의원은 의총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이배 의원과 박선숙 의원은 당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제명된 의원들은 의총을 마친 뒤 곧바로 국회 의사국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사실상 이날 바른미래당이 해체됐다고 밝혔다. 호남 3당 통합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대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표현했다. 김동철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정치는 국민보다 반 발자국 앞서 가라고 했는데 바른미래당은 10발자국, 100발자국 앞서 가다가 파국을 맞았다”고 했다. 주승용 국회 부의장도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되는 것을 보면 착잡하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 측은 즉각 반발해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절차적 하자가 없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 및 국회 사무처는 “출당 문제는 당내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손 대표 측이 제명 조치 무효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총선 이후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안철수계로 분류된 김중로 의원은 이날 미래통합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