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마스크를 생산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경우 (마스크 품귀)는 8번 정도 겪었습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기억나지만 (구매 요청) 강도는 이번이 젤 강하네요. 이익을 많이 안 남기자는 경영을 이어왔는데, 이번처럼 ‘좋은 일’을 할 때는 옛날(품귀 이전)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18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마스크생산업체 에버그린 본사 내 회의실. 이승환 에버그린 대표는 ‘제품가격 인상을 하고 싶지 않았느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승환 대표는 최근 중국 진출 기업을 위해 써달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자마자 중소기업중앙회에 1만장을 전달했다. 1만장은 ‘마스크가 있어야 조업이 가능하다’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던 현대차, 삼성전자, 협력사 등 중국 진출 기업들에 전달됐다. 이날 박영선 장관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들 기업이 표한 감사를 대신 전달하기 위해 에버그린을 직접 찾았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마스크 100만장을 노마진으로 팔겠다는 중기부 산하 공영홈쇼핑에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가격으로 제품 10만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정부 산하기관인) 공영홈쇼핑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한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를 치켜세웠다. 최창희 대표는 “제품만 보내준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노마진으로 팔겠다”고 화답했다.
에버그린이 입주한 아파트형 공장 3층에는 마스크 생산시설, 포장시설, 연구시설이 공간별로 분리됐다. 하루 10만장을 생산하던 이 생산시설은 코로나19 이후 생산량이 두 배로 늘었다. 밀려오는 주문 탓에 직원들은 야간에도 근무하고, 생산시설은 밤낮없이 운영된다.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를 낀 직원들은 맡은 공정 파트에 이상이 없는지 계속 이동하면서 꼼꼼하게 체크했다. 롤 형태의 필터를 낱장으로 풀고 구간마다 주입재료 성분을 체크해 마스크 완제품을 만드는 기계들도 대화가 힘들만큼 기계음을 내면서 쉴 틈이 없었다.
에버그린은 국내 첫 마스크 국산화에 성공하고 세계 5대 인증을 모두 받다 보니 제품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가 KF 인증 제도로 정부가 품질을 관리하는 곳은 한국뿐”이라며 “최근에는 일본도 우리 회사에 주문할 수 없느냐는 제안이 온다”고 말했다. 에버그린 제품을 가장 많이 찾는 국가는 중국이다. 최근 마스크 사재기는 정부가 단속에 나설만큼 생산업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시중가보다 몇 배의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브로커도 판을 친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이달 5일부터 수출 브로커 근절대책을 발표한 뒤 (사재기는) 상당히 근절된 것 같다”며 “단속 이전에는 (중국인이) 공장까지 갑자기 들어와 직원들이 늘 긴장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장관과 김 회장은 이 대표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 대표는 마스크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마스크 생산업은 특별연장근로 허가를 받아 직원들의 장기 근무에는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생산, 물류 등 공동사업에 나서기 쉽고, 중기부와 중기중앙회가 시행 중인 수입 원부자재 공동구매제도를 쉽게 이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박 장관은 “중기부에도 협동조합을 신청하면 (허가가) 가능하다”며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도 “나라가 보호하고 육성하는 협동조합은 운신의 폭이 넓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안양=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