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086280)가 첫 회사채 시장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수한 수익성과 재무지표에 기관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계획보다 6배 많은 수요가 몰렸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9,1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수요가 몰리면서 회사는 최대 3,000억원 규모로 증액 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발행금리도 등급민평 대비 최대 24bp(1bp=0.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기별로 살펴보면 1,000억원 규모로 모집한 5년물에 6,200억원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7년물(500억원)에도 2,9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장기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글로비스가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 2001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회사는 그동안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연간 7,000억원 안팎의 영업현금흐름이 창출되는 등 자체 유동성도 풍부해 특별한 자금조달 필요성도 적었다. 하지만 케펙스(설비투자) 비용을 지난해 2,000억원에서 올해 최대 5,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면서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선박금융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금리가 상승했다”며 “반대로 시장금리는 낮아지면서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글로비스의 회사채에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를 부여했다. 계열사 중심의 물류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특별한 현금 흐름 없이 총영업현금흐름이 대부분 순영업현금으로 반영되는 점을 주목했다. 우량한 신용등급에 힘입어 기업 펀더멘탈 악화를 우려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조달 자금을 물류 인프라 확충 등에 쓸 계획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8,7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상승했다. 물동량 증가와 이익률 개선에 따른 것이다. 완성차 해상 운송 사업에서 비계열사 물량이 증가하며 이익률과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날 글로비스는 다음달 19일 열리는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전기차 및 관련 충전 인프라 운영 및 관제서비스업 △고압가스 저장 및 운반업 △위험물 저장 및 운반업 △기타 위 각항에 관련된 부대사업 일체 및 투자 등을 정관에 신설하는 방안을 올리기로 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려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