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시스템과 본체 등을 갖춘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2B’호가 19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그동안 외국에 의존해오던 통신위성과 항법위성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정지궤도위성은 지상 3만6,000㎞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이 지구를 돌며 특정 권역을 집중 관측하는 위성이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날 오전7시18분(한국시각) 천리안2B호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우주센터에서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5ECA’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된 뒤 취재진에 “정지궤도위성에 대한 기본적인 설계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만큼 통신위성이나 항법위성 등도 기획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정지궤도위성 가운데 통신위성과 항법위성은 전적으로 미국 등 외국산에 의존해왔다.
통신위성이나 항법위성은 발사체와 함께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외국의 독무대였다. 실제 미국 스페이스X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기지에서 ‘스타링크’ 통신위성 60개를 재활용 로켓(팰컨)으로 쏘아 올렸다. 스타링크는 1,000~1,500개의 위성으로 저렴한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3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글로벌내비게이션위성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중 대표적인 항법위성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총 31개의 미국 GPS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며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군사 목적으로 시작해 민간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GPS 위성은 4개씩 6궤도에서 작동하도록 최소 24개의 위성이 가동돼야 한다. 유럽연합(EU)도 갈릴레오 GPS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과 인도는 자국 등 일정 영역을 염두에 둔 QZSS, IRNSS라는 소규모 GNSS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GPS와 달리 독자개발한 글로나스(GLONASS)라는 약 30개의 항법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도 35개 규모의 독자적인 베이더우(北斗) 항법위성 체제를 가동한다.
우리나라도 천리안2B호와 2018년 말 발사한 2A호를 통해 정지궤도위성에 대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항법위성과 통신위성 구축에 나름 자신감이 붙게 됐다. 세계 최초로 한 지역의 대기와 해양 환경 변화를 마치 동영상처럼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위성을 운용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위성구조체와 열제어부분품·전력분배장치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했고 비행 소프트웨어와 관측영상기하보정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도 독자 개발했다. 천리안2B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 주관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 미국 볼에어로스페이스사, 프랑스 에어버스사 등이 개발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위성과 항법위성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통신위성은 통신사들 수요가 있고 군통신이나 재난통신 등 국가가 담당할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항법위성은 스마트폰이나 항공기·선박은 물론 군에서도 필수품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의 기본이라 독자 시스템이 긴요하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현재 종속적인 항법시스템에서 벗어나 최소한 우리 국토 영역에서 돌아갈 수 있는 독자시스템이 필요하다. 통신위성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통신위성은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항법위성은 2018년 한국형 항법위성시스템(KPS) 계획을 세우고 2035년 구축을 목표로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기술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GPS 위성의 탑재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제휴선을 찾고 있다. KPS 구축에는 정지궤도 위성 3개 등 총 7개의 항법위성까지 약 2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구축되면 서울 반경 1,000㎞ 이내에 서비스 되며 현재 약 10m가량인 오차범위가 1m 미만으로 줄어든다. 이 교수는 “천리안2B호를 통해 정지궤도위성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게 돼 통신위성이나 항법위성 개발에도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며 “천리안2B호가 3.5톤짜리라는 점에서 보통 해외에서 6톤이나 10톤짜리 정지궤도위성을 만드는 것을 감안할 때 틈새시장도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천리안2B호는 2A호와 본체는 같고 탑재체만 다른 쌍둥이 위성으로 한반도 해양 환경 변화와 대기 오염물 농도 등을 10년간 집중 관측하게 된다. 유주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위성센터장은 “해양센서는 공간 해상도가 뛰어나고 환경센서는 관측하는 빛의 파장을 분석하는 분광 해상도가 뛰어나다”며 “2A호의 기상센서와 천리안 1호의 센서까지 함께 활용하면 미세먼지 관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민성 해양수산부 해양영토과장은 “동남아나 호주 등과 협력해 영상도 공유하고 데이터를 보정 받을 부분은 받을 예정으로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과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나공동취재단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