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순대외금융자산이 5,009억달러로 나타나며 연말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에 4,3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어지는 저금리 추세와 부동산 규제로 국내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해외 투자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순대외금융자산은 전년대비 648억달러 증가한 5,009억달러로 집계됐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국내 거주자의 해외직접투자·증권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해외 거주자의 국내 투자)를 뺀 값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잔액은 전년대비 1,534억달러 증가한 1조6,997억달러로 나타났다. 연말기준 사상최대치다. 국내 비거주자의 국내 투자 잔액도 전년대비 886억달러 증가한 1조1,988억달러로 확인됐으나 이중 518억달러는 국내주가와 환율 변동 등 비거래 요인에 의한 증가치다.
반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잔액 중 60%에 달하는 918억원은 매매·대출 등 거래요인에 의한 것으로 가격·환율에 따른 변동이 아닌 투자 자체의 증가치다.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 담당자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된 것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투자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해외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향후 본원 소득수지, 배당이나 이자수입 흑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 비해서는 순대외금융자산의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했으나 이는 대외금융부채의 증가 속도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자산은 꾸준히 잘 늘어나고 있다. 한은은 “국내 비거주자들의 국내 투자 자산의 움직임이 달라지면서 둔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순대외금융자산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추세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투자 증가에 따라 민간 부문의 외화자립도(대외자립도)가 높아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순대외금융자산에서 준비자산(민간의 자산위험 발생시 상쇄하기 위해 준비해놓은 자금)을 뺀 값은 직관적으로 ‘민간 외화자립도’로 표현된다. 이는 2018년 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에는 그 규모가 확대돼 3·4분기에 1,000억달러를 넘었고 연말 기준으로도 9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해외 순자산 보유액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저금리로 인한 예금금리 하락과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한 대출절벽 등으로 국내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해외 투자에 점점 쏠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비자산대비 단기외채의 비율은 32.9%로 전년대비 1.8%포인트 소폭 증가했으나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이나 외채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대외채무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8.8%로 전년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지난해 6월말 이후 준비자산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분기 연속 낮아지는 추세”라며 “과거 위기 시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앙은행 단기채에 투자 유인이 있어 투자를 늘리는 것이어서 건전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