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에 이어 생명보험업계가 오는 4월 상품 개정 시점에 맞춰 5~10% 수준의 보험료 인상에 나선다. 보험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을 0.25%포인트가량 인하해 국고채 금리 하락에 따른 금리 역마진을 해소할 방침이다. 다만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연내 예정이율 2% 벽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은 최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오는 4월 25bp(1bp=0.01%포인트) 수준의 예정이율 인하를 공식화했다. 한화생명·교보생명·농협생명 등 대다수 생보사도 예정이율을 최소 25bp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인하로 대다수 생보사의 예정이율은 2.5~2.75%에서 2.2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보험금을 받더라도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늘어난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리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험사들은 예정이율 인하 외에도 최저이율 보장 상품에 부과하는 보증수수료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어 실제 보험료 인상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은 금리연동형 보장성보험에 0.5~0.6% 수준의 최저이율 보증수수료를 부과해 역마진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일부 생보사들은 보증수수료 인상을 포함, 실제 예정이율을 30~35bp 인하한 효과를 내도록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계약 감소와 해지 증가로 3년 연속 수입보험료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보험사들이 가격경쟁력 하락을 무릅쓰고 보험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50~100bp 수준의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된 지 오래다. 그만큼 보험사들의 이차 역마진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운용자산이익률과 부채부담이율의 차이인 이원차 스프레드가 87bp에서 지난해 말 92bp로 1년 만에 5bp나 올랐다. 동양생명도 지난해 가까스로 이차손익 부문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이익 규모는 252억원에 그쳐 보험사의 주요 이원인 사업비차익(991억원), 위험률차익(958억원) 규모에는 크게 못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보험사들은 예정이율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생보사들이 하반기 개정 시점인 오는 10월께 예정이율 추가 인하에 돌입할 경우 일부 상품은 예정이율이 1%대로 내려갈 수 있다. 1월 출시한 ‘삼성생명GI플러스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은 1.9%까지 떨어졌다. 이는 생명보험 상품 중 처음으로 1%대 예정이율이 적용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등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이미 예정이율 2% 벽을 깬 만큼 예정이율 1% 시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업계가 한꺼번에 예정이율을 큰 폭으로 낮출 경우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 대해 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어 눈치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