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대구·경북 등 한반도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속출하고 감염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코로나19가 2차 확산(세컨드 웨이브)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서울 종로구에서 폐렴 질환이 있는 70대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치명률이 10%에 달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2차 확산을 맞아 행정·방역·의료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70세 이상은 6명이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20일 중국 CDC의 연구자료를 인용하며 “80세 이상 노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이 15%”라고 밝혔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오 위원장은 “지역사회 전파가 유력한 현재 상황에서는 행정·방역체계 및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범부처 공중보건기관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휴교, 재택근무 등으로 확산 속도를 늦춰야 의료기관 역시 대응에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층은 젊은 사람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중증, 심하면 사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치명률이 2%대에 불과한 코로나19 역시 고령층이 감염됐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중국 CDC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고령층의 코로나19 치명률은 60세 이상 6%, 70세 이상 10%로 나타났다. 50세 이하의 치명률이 0.5%를 넘기지 못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중국은 폐렴 증상이 없을 경우 확진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 수에 포함되지 않고 어느 정도 증상이 진행된 뒤에야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은 젊은 층에서 주로 일어나고 노년층은 감염됐을 때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종로구의 환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나 방역당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발생한 56번 환자(75세·남성)와 29번 환자(82세·남성)가 자주 들렀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는 평소 1,000명가량이 드나들었으며 이 중 약 100명이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년층이 자주 이용하는 탑골공원은 이날 폐쇄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역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2차 확산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현 대응전략은 외부 유입 차단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바꾸는 중간 단계”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우한 및 중국 전역에서 들어온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유행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이들 중 경증의 환자들이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며 “고령층·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감염을 최소화해 병이 중증으로 진행되고 사망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경계’ 수준의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지는 않았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아직은 코로나19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라며 “‘경계’ 수준을 유지하되 ‘심각’ 수준에 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미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한다”며 “환자 중 4명은 현재 산소마스크를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브리핑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위기대응 단계 상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역 당국 외에도 다른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