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그룹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다시 들고 나온 강성부 KCGI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항공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없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비판을 위한 비판’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KCGI가 지적한 대한항공(003490)의 높은 부채비율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문제에 대해 한진그룹은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한진의 경영혁신 방안과 추천 사내이사 사퇴 등으로 코너에 몰린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이 재무구조를 이용해 경영권 공격의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그리고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그룹은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 구조에 따라 한진해운 인수 등 투자들이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며 “최고경영자는 실패한 경영과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인수를 기점으로 경영 악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한진그룹은 8,000억원의 증자에 참여하며 한진해운을 인수했지만, 막대한 차입금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조달금리가 올라가는 등 재정난이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조 회장이 한진칼(180640)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4년 이후 누적적자는 1조7,414억원”이라며 “저금리 시대에는 리스료가 떨어져 금융비용이 감소해 이익이 더 많이 나야 하는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손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3·4분기 대한항공은 부채가 23조2,91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861.9%에 달했다”며 “대한항공의 연간 이자비용이 5,464억원에 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이 스텝업 조항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1조793억원)까지 부채로 인식될 경우 부채비율이 1,618%까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한항공이 지난해 시장 컨센서스 보다 1,000억원 가량 많은 2,6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은 “일종의 ‘회계 장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수치는 영업개선이 아닌 회계기준 변경에 의한 것”이라며 “항공기 감가상각 연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렸을 뿐 아니라 정비순환부품을 비유동자산으로 인식해 개선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조 회장이 지난 2017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대한항공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선 중심의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실적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다른 대형 항공사와 비교하면 2015년 이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KCGI가 비교군으로 제시한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항공사들은 해당 국가의 국내선 비중이 높지만 대한항공의 국내선 비중은 6%에 불과하다”며 “항공산업의 기본조차 모르면서 무턱대고 해외 항공업계 보다 실적이 낮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역시 항공사 업종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측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부채 환산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낮추기 위해 외화차입금을 줄이고 원화차입금을 늘리는 등 통화스왑(CRS)을 통해 외화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는 항공기 기재보유 구조상 당기순이익을 수익률의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KCGI가 총체적 경영실패의 근거로 당기순이익율을 제시한 것은 항공산업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양측이 논란을 벌이는 내용들과 별개로 이날 KCGI 측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보여준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는 항공업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오히려 내가 (항공업에 대해) 더 많이 알면 다른 경영인들이 불편하지 않겠냐”고 반문했고, 강 대표는 일본항공을 사례로 들며 “항공업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혁신적인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KCGI 측의 안이한 인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본 불매 운동 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항공산업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며 “항공산업은 업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빠른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편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이날 한진칼 지분율이 32.06%에서 37.08%로 5.02%포인트 높아졌다고 20일 공시했다. KCGI 측인 그레이스홀딩스(200주)와 반도건설 계열인 대호개발(223만주)과 한영개발(74만주)이 동시에 매입했다. /박시진·강도원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