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국내 증시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책 등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이렇다 할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마저 높아지면서 낙폭을 키우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중 최고 2,267포인트에서 이날 2,162로 빠지며 하락폭이 4.61%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기 전과 비교하면 100포인트 넘게 내렸다. 하지만 상하이지수는 지난달 최고점 3,115에서 이날 3,039를 기록해 하락폭이 2.44%에 그쳤다. 상하이증시는 이달 3일 7.7% 대폭락한 뒤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낙폭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이날 역시 코스피지수는 확진자 급증 소식에 1% 넘게 하락했지만 최근 3,000선을 회복한 중국 증시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국내 증시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점은 신규 확진자 추이와 정부의 정책대응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20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89명으로 집계되며 평균 2,998명을 기록했던 1~11일에 비해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누적 확진자 수가 18일 31명에서 21일 204명(오후5시 기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소비위축을 우려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유동성 강화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보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명확한 정책이 나오지 않은 것도 차이점이다. 중국은 17일 자동차 소비 부양책을 내놓았으며 20일에는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내렸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다음주에나 1차 경기보강대책을 발표할 계획이고 금리 인하 여부도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고 한국은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보니 질병에 대한 우려가 다르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는 중앙·지방정부 차원에서 정책대응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질병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정책대응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부문 성장주의 주도력에서도 차이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처럼 중국 역시 IT 관련주가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일 LPR 인하가 맞물리며 중국 성장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로 중국 선전지수는 20일 전 거래일보다 2.43% 오른 1만1,059.09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 요인이 ‘성장주 주도장’이라는 증시 요인과 맞물린 것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성장주는 금리가 내려갈수록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성장주의 상승 강도는 그 나라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 가운데 국내 증시의 경우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예상되면서 IT 부문 외 다른 업종의 성과가 너무 좋지 않다 보니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국내 증시가 회복하려면) 글로벌 투자가들이 위험자산과 아시아 시장에서 돈을 빼는 상황이 진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