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다.
국무부 여행경보(travel advisory)는 단계별로 구분돼 있으며 1단계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 2단계 ‘강화된 주의 실시’,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로 분류된다. 여행경보 2단계는 중간단계 수준이지만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미국이 한국 여행에 대한 주의를 경고한 만큼 다른 국가들도 한국 여행 경보 상향을 검토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무부는 이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그동안 국무부의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는 1단계로 유지돼 왔다.
국무부는 한국에서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감염)이 보고됐다며 여행경보를 상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무부는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은 한국에서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그들이 어떻게 또는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확산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국무부는 한국 외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해 2일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4단계로 높였고 홍콩(20일), 마카오(11일)에 대해서도 2단계 여행경보를 상향한 바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에 대해 2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CDC는 한국에 대한 여행공지(travel health notice)를 ‘경계’(alert) 수준인 2단계로 조정했다. 이는 한국을 ‘지역사회 확산국’으로 규정해왔다가 이번에 1단계를 건너뛰고 2단계로 분류한 것이다. CDC 역시 한국의 지속적인 지역사회 전파 사례를 조정 배경으로 들었다.
여행경보와 관련한 CDC 공지는 주의(watch) 단계인 1단계, 경계 단계인 2단계, 경고 단계인 3단계로 나뉜다. 이들 세 단계와 별개로 ‘여타 명백한 지역사회 확산 지역’이 있다. 1단계는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 2단계는 ‘강화된 사전 주의 실시’, 3단계는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각각 나타낸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 국무부의 2단계 상향은 한미 간의 교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교부는 “22일자 코로나19 관련 미 국무부의 여행권고 조정(2단계) 및 CDC의 여행공지(2단계)는 미국 정부가 자국민들이 한국, 일본으로 여행을 할 경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취한 것이며 이는 한국, 일본으로의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 국무부는 각국 상황을 토대로 여행권고를 수시로 조정하고 있으며 각종 기준에 따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포함한 70여개국이 현재 미 국무부 여행권고 2단계에 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 CDC는 각국 및 지역의 질병 발병 상황, 자연 재해 등 여행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토대로 여행공지를 발표하고 있으며, 소아마비, 황열병 발생 국가 등을 대상으로 2단계 여행 공지가 시행돼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금번 미측 조치는 우리 국민의 미국 입국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날 신종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우려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금지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날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최근 급증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한 한국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방역당국은 최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경북과 제주도민 등 77명 가운데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이 한국 교민과 출장자, 지상사 주재원 등에 대해 코로나19 증세가 없어도 일단 병원으로 격리하는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카자흐스탄도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24일간 의학적 관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