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이 와중에...금융그룹 지배구조에 메스 들이댄 당국

대기업 계열 6곳 자본적정성 평가때

작년 6월 제외한 '집중위험' 반영

삼성생명·화재 전자지분 보유 제한

공시 통합에 시행도 두달 앞당겨

코로나로 위축된 기업심리 더 악화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이 24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이 24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금융당국이 삼성·현대차 등 6개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때 비금융 계열사 지분 비중, 소유구조 안정성 등 지배구조도 들여다본다. 시행은 예정보다 두 달 앞당긴다. 재계에서는 삼성생명·삼성화재가 삼성전자에 대해 과도한 지분을 보유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실상 삼성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외에도 기업 경영에 국가가 간섭하는 ‘깨알’ 규제가 많고 중복규제도 상당해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기업 심리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청사에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제도는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돼 지난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이고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이 피감대상이다.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이 해당한다. 1년 단위로 모범규준이 연장돼 올해도 7월이 시점이지만 당국은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5월부터 새 규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룹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때 ‘집중위험’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100%를 넘어야 한다. 집중위험은 최소요구자본, 전이위험과 함께 분모인 필요자본에 포함된다. 당국은 지난해 6월 집중위험은 관련 법의 국회 논의와 연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그룹 중 계열사 출자로 집중위험이 높은 곳은 삼성 하나뿐”이라며 “집중위험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은 곧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상 삼성그룹만을 위한 특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학계에서 전이위험과 집중위험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고 국제기준으로도 집중위험을 반영하고 있다”며 “4월까지 통합 계산모형을 만들어 3·4분기 중 모의시산을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새 평가기준에는 △계열사 운영, 경영관리 등 비재무적 요소 △소유구조의 복잡성 △내부거래 규모 △계열사가 동일한 로고 등을 사용하는 등의 평판 연계성 등도 반영해 문제가 있으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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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는 “시산만 하고 실제 자본 확충은 법제화 이후 유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재계의 반응은 다르다. 모범규준이라 안 지켜도 법적 제재는 없지만 당국 방침인 만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법 통과도 안 된 사안을 모범규준으로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발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집중위험의 경우 판단요소가 명확하지 않아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은 이 밖에 금융그룹 대표회사 중심의 ‘내부통제체계’도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대표회사와 소속 금융사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체계를 확립하도록 한다. 아울러 공시 제도도 지금은 당국에 그룹 차원의 위험사항을 보고만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별 흩어져 있는 공시를 통합해 △그룹 재무현황 △출자구조 △위험현황 등을 통합 공시할 방침이다.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각 사가 하는 공시를 통합하라는 것은 중복규제”라며 “그룹위험 내부통제체계도 어떤 지표로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옥상옥 규제이며 정권 해석에 따라 입맛대로 쓸 수 있는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계열사가 동일 명칭이나 로고를 사용하면 그룹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겠다는 등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소가 많다”며 “금융감독을 빌미로 국가가 기업 경영에 더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태규·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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