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공급을 안정시키고 폭리를 잡겠다는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새벽부터 일가족이 총출동해 줄을 서는 모습이 전국에서 나타났고, 1인당 30장 안팎으로 구매제한을 뒀음에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주요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KF80 마스크가 대부분 품절이거나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실정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공급 대란은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는 수출량을 제한해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24일 보건당국이 이마트와 공동으로 확보한 마스크를 대구·경북지역 이마트에서 대량 판매하자 수성구 만촌점, 북구 칠성점 등 대다수 점포에는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개점 2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수백m까지 인파가 이어졌다. 코스트코 울산점의 경우 KF94 마스크 30장 묶음 250박스를 1인 1박스로 한정해 팔았지만 오전9시20분에 사전입장을 하면서 10시 정식개장과 동시에 매진됐다. 세종시의 주요 약국에서도 성인용 마스크 재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온라인도 상황은 비슷했다. 실제 이날 위메프·쿠팡 등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비교적 정상적인(?) 1,000원대의 마스크는 모두 품절이었고 장당 4,000원이 넘는 제품만 일부 재고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도 구입이 어려울뿐더러 이전에 장당 500원 남짓하던 마스크가 4,000~5,000원으로 올라 비싼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소비자는 “정부가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수급을 안정시킨다더니 마스크는 도대체 어디서 사야 하냐”며 “일주일 이상 써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정부, ‘매점매석·폭리’ 단속도 한계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마스크 일일생산량이 당초 600만장에서 1,250만장 이상으로 확대돼 구매 가능한 약국과 마트의 비율이 늘고 있으며 가격도 다소 하향 안정세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10일 온오프라인 기준 가격이라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며 커진 국민들의 불안감을 반영하지 못한 숫자다. 또 국세청은 마스크 사재기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온라인 판매업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다.
결국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스크 문제는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라며 마스크 때문에 국민들이 불편한 상황이 종식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 총리는 “조금 호전되는 듯하다 주 후반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출량을 제한하고 많은 부분을 내수에 활용하도록 해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마스크 대란’의 배경은 120여군데로 파악되는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코로나19 비상사태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부직포 같은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재료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물류가 사실상 마비돼 국내로 넘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 마스크 생산업체에 제조사개발생산(ODM)을 맡긴 속옷업체도 이 같은 이유로 2월 초부터 마스크 판매를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면서 부자재 값도 올랐다”며 “1월 말까지만 해도 생산시설 증설을 고려했지만 설 이후 생산 쪽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마스크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하루100만장’도 순식간에 품절
쿠팡은 직매입으로만 하루 최대 100만장의 마스크를 공급받고 있다. 바이어가 마스크 생산업체는 물론 중간 판매상에게도 매일 연락을 취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1인 구매 수량을 걸어놓아야 할 정도로 품절 속도가 빠르다. 쿠팡 관계자는 “KF90 등을 검색해 인터넷 창을 새로고침하는 식으로 마스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생겨났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리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등 파트너사가 입점한 오픈마켓에서는 안정적인 마스크 수급이 더욱 힘들다. 쿠팡처럼 직매입 구조로 물량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마스크 물량을 가진 파트너를 최대로 입점시키는 수밖에 없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입점업체가 마스크 생산업체가 아니다 보니 이들도 공장에서 물건을 떼어와야 한다”며 “공장 생산량 자체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공장에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어 예전처럼 쌓아놓고 팔 상황이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구시 이마트에 221만장의 마스크를 긴급 조달한 이마트도 마스크 공급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핫라인을 구축한 2월 초부터 리드타임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는 식으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마스크를 진열하기도 전에 고객들이 집어들 정도라 물량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은 이틀에 한번꼴로 마스크를 발주하고 있다. 하루 안에 마스크가 동날 경우 이틀 뒤에야 매장에 마스크가 들어온다. CU는 대구시 편의점의 최대 발주물량을 40개로 늘렸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20여개 정도를 신청할 수 있다.
/세종=황정원기자 허세민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