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지연은 2년 반 동안 영세 자영업자들의 가게를 찾아다녔다. ‘김밥본부’ ‘자유식당’ ‘우리슈퍼’ ‘동네내의’ ‘착한정육점’ ‘김서방네 청과’ 등 간판만 읽어도 정겹고 동화 같던 이 가게들은,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 사장님의 속내를 응시하는 순간, 처절한 생존의 장으로 변모한다. 식당 자영업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씩 일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무지막지한 노동은 가족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프랜차이즈 점포를 시작한 이들은 주변 상권에 촘촘히 들어서는 동종업종 가게들을 무력하게 지켜보며 로열티와 월세 부담에 짓눌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존의 악다구니 속에서도 우직하게 버텨낸 자영업자들이 있다. 오랜 세월 숱한 굴곡을 넘으면서도 끝내 소박한 간판을 내리지 않고 자식을 꼬박꼬박 먹여살린 가게들의 사연이 이 책 속에, 또 대한민국 골목마다 빼곡하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골목은 썰렁하다. 개업 화환이 시들기도 전에 직격탄을 맞은 가게, 기약도 없이 문을 닫아건 작고 애틋한 가게들이 걸음마다 스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건투를 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