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경영일선에서 디즈니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다고 25일(현지시간) CNBC 등이 보도했다. 여러 인수작업을 통해 디즈니가 콘텐츠 왕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은퇴시기를 오는 2021년으로 밝혔던 아이거 CEO의 깜짝 퇴임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이날 아이거가 CEO에서 사퇴했으며 내년 말까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밥 차페크 디즈니파크 회장이 결정됐다. 차페크는 지난 1993년 디즈니에 입사한 뒤 디즈니파크·리조트, 소비자 상품, 스튜디오 부문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최근에는 디즈니파크 부문 등의 경영을 책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차페크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거는 2005년 10월 디즈니 CEO에 취임한 후 주요 인수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대표적으로 2006년에는 ‘토이스토리’ 등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픽사를 74억달러(약 9조70억원)에 인수했고 2009년 마블, 2012년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 지난해에는 713억달러(약 86조7,860억원) 규모의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인수를 완료했다. WSJ는 아이거가 진두지휘한 기간에 디즈니는 할리우드의 가장 성공적인 영화 스튜디오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 및 최대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로 입지를 굳혔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이거의 조기퇴임에 여러 해석을 내놓았지만 정확한 배경은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이거는 “소비자 직접상대사업 부문(디즈니+)의 성공적 출범과 21세기폭스의 통합이 잘 이뤄지면서 지금이 새 CEO에게 자리를 물려줄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퇴임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거가 그간 수차례 은퇴를 미뤄왔으며 지난해 ‘디즈니 투자의 날’에도 “2021년에 최종적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발표는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