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진출 대기업의 국내 복귀(유턴)를 대거 유도하도록 관련 법을 손질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려는 것은 그 동안 중소기업 위주로 이뤄졌던 유턴을 대기업 주도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대기업이 국내로 돌아와야 경제적 파급효과가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 기업인 대기업 한 곳만 유턴해도 다수의 공급 협력사가 무더기로 따라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일본 수출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잇따라 큰 타격을 입은 국내 제조업 공급망을 보완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유턴 촉진이 제조업 역량 강화의 주요 대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그 동안 국내 유턴 실적은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시행된 이후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턴 기업 수는 총 68개에 그쳤다. 2015년(4개)과 2017년(4개)에는 한 해 유턴 기업이 10개도 채 안 된다. 기업 규모로 봐도 중소기업 62개, 중견기업 5개로 중견·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기업 유턴 사례는 지난해 8월 울산에 친환경차 부품 공장을 신설한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유턴법이 시행된 지 6년 만에 거둔 성과 치고는 초라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미진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전자와 자동차, 기계,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총 3,300개 이상 기업이 미국 현지로 유턴했고, 일본 역시 전자·자동차 같은 기술 집약적 산업 중심의 유턴이 전통 제조 기업들이 복귀했다. 반면 한국은 섬유, 신발, 주얼리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유턴이 집중됐다.
따라서 재계를 중심으로 대기업 유턴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도 이를 수용해 유턴 대책에 대기업 관련 대책을 대폭 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19로 흔들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유턴 촉진이 반드시 필요하고, 유턴의 경제적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포섭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1개가 25%만 생산을 국내로 돌려도 12조7,000억원의 생산을 유발하고 3만5,000명의 고용을 차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로부터 교훈을 얻었듯이 우리 경제의 지나친 대외의존도는 언제든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와 기업의 국내 유턴 확대,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등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19로 유턴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미국과 일본처럼 기업이 해외 위탁생산(아웃소싱)을 감축한 경우도 유턴으로 쳐주는 등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지방이 아닌 수도권 유턴 사례에도 입지·설비 보조금을 제공하는 형태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