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범인 잡기도 바쁜데”...잦은 파출소 폐쇄에 비상 걸린 경찰

대민 접촉 잦은 경찰관 감염 위험 노출 불가피

발열 피의자로 파출소 임시 폐쇄·격리 잇따라

인근 지구대 업무분담 지원…치안공백 우려도

장기화 시 근무교대 변경·내근직 차출 등 검토

지난 24일 울산 삼산지구대 출입문에 민원인 출입을 제한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지난 24일 울산 삼산지구대 출입문에 민원인 출입을 제한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에 경찰 근무자들이 오가고 있다. 24일 야간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지구대 경찰관 18명이 격리됐다가 다음날 음성판정을 받으면서 임시폐쇄와 격리조치가 해제됐다. /연합뉴스지난 25일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에 경찰 근무자들이 오가고 있다. 24일 야간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지구대 경찰관 18명이 격리됐다가 다음날 음성판정을 받으면서 임시폐쇄와 격리조치가 해제됐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가파르게 확산하면서 치안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경찰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매일같이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상대해야 하는 경찰 업무의 특성상 의심환자와 접촉한 일선 경찰관이 격리되고 해당 관서가 임시폐쇄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치안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근무교대 방식 변경과 내근직 차출 배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세종로파출소 교통센터는 전날 밤 센터 소속 A경위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날 센터를 임시폐쇄했다. 센터가 문을 닫은 것은 A경위의 부인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3차 접촉자인 A경위가 감염됐을 확률은 희박하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센터 임시폐쇄를 결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세종로파출소는 광화문 도심 현장의 교통안전을 관리하는 곳으로,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파출소 중 하나다. 경찰은 A경위의 검사 결과에 따라 교통센터의 폐쇄 해제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피의자와 민원인이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돼 경찰서와 지구대가 폐쇄되면서 업무가 일시 중지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와 반포지구대는 전날 점유물이탈횡령 혐의로 임의동행한 피의자 B씨가 고열증상을 호소하면서 사무실이 12시간 넘게 폐쇄되기도 했다. 다음날 오전 B씨가 음성판정을 받을 때까지 해당 지구대 경찰관들과 형사과 직원들은 폐쇄된 사무실 안에 격리돼야만 했다. 영등포경찰서 문래지구대도 전날 민원인이 발열 증상을 보이면서 소속 경찰관 13명이 무더기 자가격리됐다가 하루 뒤 음성판정이 나오면서 격리에서 해제됐다.

헌혈버스의 간호사가 뒤늦게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버스가 다녀갔던 경찰서들이 일제히 비상이 걸리는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헌혈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경기 고양경찰서와 서울 영등포·강서경찰서 등은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했다. 하지만 당시 버스에서 채혈을 맡았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당 간호사와 접촉했거나 헌혈했던 경찰관들은 자가격리되고 청사 전체를 방역했다.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집회 시위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 기동대원들도 감염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 특히 많은 인원이 좁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잦은데다 현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감염자가 나올 경우 소속부대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안내실 근무자들이 청사를 오가는 민원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체온 및 마스크 착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안내실 근무자들이 청사를 오가는 민원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체온 및 마스크 착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청주 흥덕경찰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주보지 않고 식탁 한쪽 편에 앉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27일 청주 흥덕경찰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주보지 않고 식탁 한쪽 편에 앉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27일 오후5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된 경찰관은 전국적으로 510명에 달한다. 확진 판정을 받은 경찰관은 4명이고 의심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9명이다. 감염이 의심되는 피의자나 민원인과 접촉만 해도 해당 경찰서·지구대·파출소는 일시 폐쇄되고 소속 경찰관들은 격리된다. 폐쇄된 경찰관서에서는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격리자들은 음성판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장 경찰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폐쇄와 격리조치가 불가피하지만 횟수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일선 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지구대가 폐쇄되면 인근의 다른 지구대가 업무를 지원하겠지만 본래의 관할사건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며 “격리자가 늘어 출동인력이 줄어들면 신고 대응도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폐쇄·격리조치와 폐쇄해제·업무복귀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피로도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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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관서의 임시폐쇄와 격리사례가 늘면서 경찰은 대응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행히 아직은 경찰관 대부분 음성판정을 받아 임시폐쇄나 격리조치가 금방 풀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가 문제”라며 “치안 공백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현행 4조 2교대로 운영되는 근무교대를 3조 2교대로 전환하고 내근직이나 경비부서 인력을 차출해 일선 치안현장에 배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방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안동소방서와 통영소방서 무전119센터 등 2곳은 임시폐쇄됐다가 해제됐지만 정읍소방서 입암지역대는 3월1일까지 문을 닫는다. 격리 중인 소방 공무원들도 이날 오전 기준 570명으로 전날보다 9명 늘어났다.

/김현상·김정욱·손구민·심기문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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