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금

[토요워치]나만의 작은 정원...깨알 행복 싹트다

■'반려식물'에 푹 빠진 3040

희귀품종 위주로 패션처럼 유행하며 인기몰이

집·사무실 인테리어 살리는 아이템으로도 활용

초록빛 식물은 영혼·개성을 지닌 매력적인 생명

특유의 안정감·편안함으로 지친 현대인에 위로

몬스테라 /사진제공=따스한 정원


“손 안 가는 아단소니 몬스테라입니다.”

“일반 몬스테라랑은 또 다른 친구인가요?”

“몬스테라는 종류가 다양한데 ‘아단소니’라는 품종이에요. 아주 잘 자라고 예쁜 아이입니다.”

‘#식물스타그램(식물+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정이 듬뿍 담긴 대화의 대상은 몬스테라라는 관엽식물이다. 봉래초(蓬萊蕉)로도 불리는 이 열대식물은 갈기처럼 시원하게 찢긴 듯한 이른바 ‘찢잎’이 특징이다. 온도와 습도, 빛과 수분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반려식물로 특히 인기가 높다. 그중에서도 아단소니 몬스테라는 잎이 찢겨 있지 않고 구멍이 큼직큼직하게 나 있는 형태여서 식물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모은다.



패션이 된 반려식물

어르신들이 집에서 단정하게 앉아 분무기를 뿌리며 화초를 키우던 시대는 갔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취미생활에 넉넉한 시간을 확보한 젊은 직장인들이 최신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동원해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식물의 종류와 품종별로 키우는 방법, 각종 장비 활용까지 SNS에서 온갖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덕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식물 품종은 600여가지다. 주로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에 열대우림에서 온 키가 작고 잎이 널찍한 수입종이 많다.

식물로 공간을 디자인해주는 ‘그로우즈(growoods)’의 박지우 실장은 “예전에는 SNS로 경험을 공유하는 대상이 음식점이나 카페였다면 요즘은 식물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반려식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29만개에 이른다.


SNS로 확산된 식물 키우기는 마치 패션계의 유행을 닮았다. 희귀품종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하는 김영상씨는 “식물 마니아 중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식물 사진을 올리면 그 품종은 인기가 급등한다”고 전했다. 마치 유명 영화배우가 시상식에서 걸친 재킷이 SNS에서 화제가 된 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식이다. 김씨는 네이버 블로그 ‘식물을 키우는 감각’을 운영하는데 희귀 식물 품종을 들여온 날에는 하루 방문자 수가 5,000~6,000명은 족히 된다. 그는 “주문자의 60~70%는 30대 후반이고 80%는 여성”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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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숙씨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된 제각각의 다육식물 사진. 최 씨는 “다육이 증명사진을 찍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작 본인 사진은 한 장도 없는 그의 인스타그램 ‘다육이 사진’에는 게시물 당 ‘좋아요’가 200~300개씩 달린다. /사진제공=최돈숙씨 인스타그램(@misty_00077)


식물이 주도하는 ‘공간’

창문도 못 열 정도로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반려식물 키우기가 인기를 끄는 측면도 있지만 실용적 수요도 만만찮다. 집이나 사무실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반려식물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빈티지(vintage)·엔티크(antique)·단순함(simple) 등을 키워드로 한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에 식물 한두 종을 추가해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 방식이다. 최근 ‘플랜테리어(식물로 공간을 인테리어한다는 의미)’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런 추세가 반영됐다. 30대 직장인 이혜인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다가 퇴근 후 집에 와서 식물들을 보면 긴장이 풀리면서 따뜻한 느낌을 얻는다”고 소개했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쇼핑몰들의 ‘홈 가드닝(home gardening)’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11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로 인테리어를 한 커피숍과 헤어숍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간의 특성과 분위기에 맞춰 어떤 식물을 어떻게 배치할지 컨설팅해주는 ‘식물 큐레이터’라는 직업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직장인 이혜인씨가 직접 꾸민 신혼집 모습. 여인초와 몬스테라가 눈에 들어온다. 이 씨는 “물주기나 분갈이를 잘 못해 비실댈까봐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계절이 변함에 따라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기쁨이 더 크다”며 웃었다. /사진제공=이혜인씨 인스타그램(@hyeinsight)


초록빛이 건네는 위로

뭐니 뭐니 해도 초록빛 식물이 주는 특유의 안정감과 편안함은 현대인에게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단지 식물을 키우면서 받는 위로가 아니라 식물이 독립된 생명체로서 인간에게 안정과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저술가인 피터 톰킨스는 그의 저서 ‘식물의 정신세계’에서 “식물은 단순히 살아 숨 쉴 뿐 아니라 영혼과 개성을 지닌 생명이다. 식물이 단지 자동인형과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우겨대는 것은 무지몽매한 인간들뿐이다”고 말했다.

톰킨스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10명 중 4명(42.1%·출처 트렌드 모니터)은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고 답한다. 그만큼 식물이 반려자·동반자로서 인간에게 주는 위로가 크다는 의미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은 “식물을 키우는 것은 동물을 키우는 것과 다른 매력이 있다”면서 “뇌가 없지만 마치 생각을 하고 눈·코·입이 없어도 숨을 쉬고 사람의 말을 다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잘 몰랐던 식물의 매력을 사람들이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해 스스로 1인 가구가 되지만 결국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반려식물 유행에 녹아 있다고 본다”며 “SNS를 통해 각기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결집할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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