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해 강제 격리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대학 기숙사와 자취방 등에서 격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을 보듬으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사연들이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A씨는 방학을 이용해 고향을 방문했다 지난달 12일 한국에 들어왔다. 코로나19로 개강이 2주 연기됐지만 신학기 준비를 위해 입국을 미룰 수 없었다. 중국 방문자의 자가격리 기간이 14일인 것을 고려할 때 같은달 27일부터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좀처럼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A씨는 1일 서울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어 외출을 자제하는 것도 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주 가까이 집에서 머물면서 답답할만도 한데 A씨는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이웃들 때문이다. A씨가 지내는 자취방의 집주인은 김치와 과일 등을 가져다주며 “집에서만 지내게 해서 마음이 좋지 않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평소 집주인을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A씨는 “사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왜 미안해하시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따뜻한 배려 덕분에 자가격리 기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전했다.
A씨를 염려한 사람은 집주인만이 아니었다. 평소 인사성이 밝은 그에게 이웃들은 ‘잘 지내느냐’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다줄 테니 얘기해달라’는 문자를 보내 격려했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한·중 양국 사람들이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한국 대학의 배려에 감동했다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사연도 자주 올라온다.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최근 고려대에 재학 중이라는 중국인 유학생 B씨가 만든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동영상에서 B씨는 학교 측이 마련한 생활용품과 간식 꾸러미를 소개했다. 해당 꾸러미에는 커피포트, 컵, 과자, 녹차 등 다양한 생필품이 담겨있다. 영상 말미에는 학교 직원과 격리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그룹채팅방 화면이 등장한다. 화면에서 기숙사 관리 직원이 “문 앞에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문 열고 확인하시면 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학생들이 “선생님 선녀세요?”라거나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로 화답한다. 이에 대해 고려대 측은 “학생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식사 외에도 다과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격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허진·김태영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