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구분 없이 입고 신을 수 있는 ‘시즌리스(seasonless)’ 상품이 코로나19 여파로 빨간불이 켜진 패션업계의 불황 타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봄 신상품에서도 한철 바짝 입을 수 있는 아우터보다 심플한 디자인의 블라우스와 니트류가 확대됐고, 백화점은 구두매장을 철수하고 스니커즈 편집매장을 추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지난달 17일 론칭한 시즌리스 패션 브랜드 ‘텐먼스(10MONTH)’의 두 달치 물량이 론칭 일주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고 3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4월까지 판매를 예상하고 준비한 초도 물량의 90% 이상이 소진됐다”며 “전체 35개 제품 중 15개가 이미 재생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신세계(004170)인터내셔날은 기존 일정보다 20일 앞당겨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잉크(ENNK)’와 협업한 신제품 9종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잉크의 베스트셀러 제품을 실용성을 높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가격대도 잉크보다 40~50% 낮게 책정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시즌리스 상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계절에 관계없이 가장 자주 입게 되는 품목만을 위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활용도를 높이고 오래 입어도 변함없는 고품질의 원단을 사용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일반 패션 브랜드들도 봄 신상품으로 아웃터 비중을 줄이고 블라우스나 니트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봄 영캐주얼 상품군에서 트렌치코트와 같은 아우터는 15~20% 축소되고 니트류는 20~25% 확대됐다.
옷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시즌리스 상품인 스니커즈도 올 봄 30% 수준으로 상품이 확대됐다.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매치하기 쉽고 사계절 관계없이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의 인기가 높아지자 백화점에서는 기존 구두 매장을 철수하고 스니커즈 편집 매장을 새롭게 추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 정기 개편에 이탈리아 스니커즈 편집샵 ‘토노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프리미엄 스니커즈 브랜드 ‘D.A.T.E’ 등 수입 스니커즈 브랜드를 대폭 보강했다. 박기준 롯데백화점 구두 치프바이어는 “최근 국내 슈즈 트렌드가 정장화에서 캐주얼 스니커즈로 변화됨에 따라 디자인과 컬러가 다양한 합리적인 가격의 스니커즈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