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승전北' 벗어나 경제 집중할때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한국핵정책학회장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쟁 중이다. 그런 와중에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지난 2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1월28일 이후 95일 만이다.

지금 북한도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북한 매체들에 의하면 평안남북도와 강원도에서만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7,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열악한 북한의 보건 상황을 감안했을 때 확진자나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매우 커 보인다.


이처럼 위중한 상황에 북한이 다시 미사일 도발을 시작한 동기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합참 관계자에 의하면 이 발사체는 사거리 240㎞, 고도 35㎞로 탐지됐고 현재로서는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에이태킴스형)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선보인 신형 단거리 전술무기 4종 세트 중 이미 완성된 북한판 이스칸데르나 초대형방사포를 제외한 나머지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및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성능 확인을 위한 추가적인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보건분야 협력을 제안한 데 대한 거부라거나 혹은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北, 보건협력 제안 하루만에 도발

당장은 남북 대화 사실상 불가능


코로나 극복·국민분열부터 치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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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또한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강도 높은 방역사업’을 천명하고 있어 북한이 어떤 특정한 대외적 의도나 목적을 갖고 이번 발사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정면돌파전’을 뒷받침하는 굳건한 자위력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군 사기 진작과 내부결집을 위한 행보의 성격이 더 커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당 핵심 실세인 리만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노동당 농업부장을 전격 해임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모종의 기강 잡기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다. 나라 안팎의 총체적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에 우리 정부는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와 달리 일본과 북한 문제 대신 코로나19를 주로 다뤘다. 하지만 여기서도 북한 문제는 빠지지 않아서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기승전북(起承轉北)’식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보건분야의 공동 협력을 바란다”며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 기대 난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남북 의료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이용해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는 북한의 비협조와 남한 패싱, 게다가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북한도 취약한 자체 방역이라는 긴급 상황 때문에 북중 국경을 봉쇄했고 당분간 남측에 대해서도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패닉 상태에 빠진 국민경제를 되살리는 게 급선무다. 총선을 앞두고 갈수록 깊어지는 국민적 분열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남북관계 개선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한국핵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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