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싱가포르가 한국인의 입국은 물론 경유까지 전면 금지한다. 당초 대구·경북으로 한정됐던 각국 정부의 한국인 입국금지 권역이 우리나라 전역으로 잇따라 확대되는 모양새다. 베트남 당국의 규제조치로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항공편도 오는 6일 이후에는 모두 중단된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4일 오후11시59분부터 지난 14일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입국과 경유를 모두 금지한다고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다만 싱가포르 국민과 영주권자, 장기체류비자 소지자들은 입국 후 자가격리 조치를 하기로 했다. 한국과 함께 이란, 이탈리아 북부를 거친 외국인의 입국·경유도 모두 막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3일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에 대해 여행자제 권고를 한 데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최근 14일 안에 두 지역을 방문한 모든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구와 청도는 현재 우리 정부로부터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난달만 해도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참고해 입국금지 결정을 내리던 국가들이 한국 전역으로 제재 적용 구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날까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91곳으로 전날보다 8곳이 더 늘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1일 중국 본토(홍콩·마카오 제외)에 적용한 제재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미 싱가포르 정부의 통보를 받아 조치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한국의 우수한 방역 시스템과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각국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말까지 대구·경북 거주자만을 입국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가 전체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불허 등으로 장벽을 높인 베트남에서는 6일 이후로 국적 여객기 항공편이 완전히 사라진다.
외교당국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4일 오후11시 인천행 페리 운항(승객 없이 승무원만 타고 가는 운항)을 마지막으로 베트남 호찌민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대한항공의 한국~하노이 노선은 이미 중단된 상태이며 당초 3일까지 예정됐던 다낭행 운항은 당일 취소됐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6일 비행기를 끝으로 호찌민과 하노이를 오가는 노선을 중단하기로 했다. 냐짱(나트랑)과 다낭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은 이미 지난달 26일과 이달 1일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티웨이·진에어·이스타항공 등 저가항공사 대부분도 한국~베트남 노선 운항을 취소한 상태다.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 국민들을 위해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봤던 페리 운항마저 이번주 안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3일 호찌민행 2편, 냐짱행 1편을 일단 운항했으나 4일도 운항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호찌민과 냐짱 모두 같은 날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일단은 이달 28일까지 중단할 계획이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그 기간이 더 연장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당국은 아울러 이날부터 6월4일까지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여객기는 번돈공항과 푸깟공항만 이용할 수 있다고 고시했다. 베트남 현지 항공사인 베트남항공도 2일(현지시간) 해당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또 뱀부항공이 지난달 26일부터 한국 노선 여객기 운항을 임시 중단한 데 이어 비엣젯항공도 한국 운항을 6일께부터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