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범여권 안팎에서 창당 요구가 나오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미래한국당’이 개정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파괴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범여권이 함께하는 빅텐트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제기되지만 정의당은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된다면 거대양당제로 회귀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례용 정당 논란과 관련해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위헌적인 위성정당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것이 정의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윤소하 원내대표와 김종대 수석대변인이 전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민주당과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한 말이 ‘비례연합정당 찬성’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고자 한 조치다.
정의당이 이처럼 완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비례연합정당 창당’이 거대양당제로의 회귀와 다름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미래한국당의 대항마로 어느 한 정당을 만들 경우 진영 대결이 훨씬 강화된다”며 “이 경우 ‘보수냐 진보냐’의 1대1 구도로 만들게 돼 진보진영 전체의 파이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례연합 창당으로 당장 의석 몇 석을 늘리기 위해 ‘거대양당제 타파’라는 선거제 개정의 취지를 무효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향후 협상을 고려해 ‘버티기 전략’을 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범진보비례연합’ 구성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정의당이다. 민생당·녹색당 등 군소정당이 불참을 선언하며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연합이 ‘범진보’라는 상징성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정의당까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치개혁연합은 여당만 참여하는 ‘민주당 위성정당’의 오명을 쓰게 된다. 반면 정의당의 참여는 다른 군소정당들까지 연합체에 끌어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의당은 ‘전략적 분할투표’를 기초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분할투표는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는 전제로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정의당에 하는 방식이다. 만약 진보계열 지지자들이 정의당에 전략적으로 비례투표를 할 경우 ‘범진보비례연합’에 참여할 때보다 정의당 비례 의석수는 커진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의당은 이를 토대로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영이 윈윈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7일 전국위원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의논하고 민주당 역시 오는 8일까지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