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기자의 눈] 이제 정말 꿈이 된 내집마련

권혁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도 서울 아파트는 너무 올라 엄두도 안 나고, 청약 점수도 겨우 20점을 넘겨 당첨 가능성도 없습니다.”

부동산카페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엄살이 아니다.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진짜 꿈인 시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평균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도 14.5년을 모아야 한다. 역대 최고 수치다. 서울 아파트야 항상 비쌌다지만 갈수록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지고 있다.


부모에게 증여받을 ‘금수저’들이야 걱정 없겠지만 ‘흙수저’들은 어떡하면 서울에서 내 집을 살 수 있을까.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청약은 가점이 되지 않아 언감생심이다. 결국 수도권 저 멀리나 빌라·오피스텔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 평생 셋집살이를 전전하겠다는 ‘나름의 각오’를 한 청년들도 적지 않다. ‘영끌’로 모은 돈으로 갭 투자에 나서는 2030은 차라리 현명하다고까지 느껴진다. 이들의 심정은 일확천금의 꿈보다는 절박함에 가깝다.

관련기사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규제는 소수계층에만 도움을 주고 있다. 신혼 특공이 대표적인 예다. 소득이 월 550만원 이하여야 나오는 1순위 요건을 중산층 맞벌이 부부가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출도 막힌 가운데 저소득 신혼부부가 수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으리라 보기도 힘들다. 부모에게 목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수저를 위한 특혜인 셈이다.

주택시장이 양극단으로 치달았음에도 정부는 부작용을 양산하는 ‘집값 때리기’에만 몰두해 있다. 집값이 안정됐다며 자찬하는 정권에 정작 흙수저는 어찌 살아야 할지 묻고 싶다. 매일 출퇴근으로만 2~3시간을 낭비해야 할지, 전세 난민을 감수해야 할지, 아니면 또 모두가 ‘강남’ 아니 ‘서울’에 살 필요는 없다 할 것인지 궁금하다. awlkwon@sedaily.com

권혁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