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투자사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미 부처와 논의를 거치고 시작한 비즈니스를 시장원칙까지 무시한 채 법으로 막아선 조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쏘카가 유치한 2,590억원을 웃도는 투자금 중 약 60%는 타다의 성장성에 베팅한 금액으로 추정된다. 투자 회수 가능성이 줄어든 데 더해 신산업에 대한 업계 전반의 심리 위축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가 현재까지 투자 받은 금액은 2,590억원을 웃돈다.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콜라보레이티브 펀드를 시작으로 베인캐피탈·SK·IMM프라이빗에쿼티(PE)·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벤처스·소프트뱅크벤처스·KB인베스트먼트·LB프라이빗에쿼티 등 유명 투자사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타다 출시를 전후로 투자된 자금은 1,610억원에 달한다. 타다 운영사인 VCNC가 쏘카에 인수되기 이전에 유치한 투자금 또한 100억원 이상이다.
쏘카는 2018년 4월 IMM PE로부터 유치한 600억원을 활용해 그해 7월 VCNC 지분 100%를 인수했다. 연인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인 비트윈을 운영하던 VCNC는 10월 타다를 출시하며 폭풍 성장했다. 쏘카는 2019년 1월 500억원을 끌어 모았고 ‘타다 금지법’으로 통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던 올 초에 다시 한번 510억원을 유치했다. 투자사들은 법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타다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타다 출시를 전후로 1년 8개월 만에 쏘카의 기업가치는 5,7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40%나 증가했다.
지난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본회의까지 통과하자 투자사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사업에 따른 기존 산업의 위축은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그 피해를 줄이고자 신사업 자체를 법으로 막아버리는 게 옳은 결정이냐는 의견이다. 쏘카에 투자한 투자사의 한 대표는 “타다는 국토교통부와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논의해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 시장 원칙을 거스르고 당사자 간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박하게 법제화에 나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쏘카의 한 축인 타다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며 구주매각이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 역시 줄었다. 쏘카는 다음달 타다를 신설 법인으로 분할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었지만 모든 사업 계획이 불확실해졌다.
벤처업계 전반의 심리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택시업계와 정치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자 지난해 8월 검토 중이던 3,000억원 안팎의 타다 투자를 접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사 대표는 “벤처 투자는 기본적으로 돈을 날릴 위험을 무릅쓰고 단행하는 것”이라며 “그보다도 기성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이 이번 사건을 보고 도전 정신을 잃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