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에는 작은 이변이 있었다. 큰 손 국민연금이 블라인드 펀드가 없는 설립 6년 차 PEF 운용사의 프로젝트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주인공은 KL&파트너스(KL&P). 햄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로 알려진 해마로푸드 인수 펀드(약 1,700억원)에 국민연금은 700억원을 투자했다. 새마을금고(500억원)와 대기업 하림(200억원)도 힘을 보탰다.
비결이 뭘까. 김기현 KL&P 대표는 8일 시그널과 만나 “그동안 투자에서 골고루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KL&P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공모에 참여, SS&D 출자사업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짧은 업력 때문인지 최종 탈락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KL&P의 투자 성적을 눈여겨봤고 이번 투자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KL&P의 투자 성적은 화려하다. 2015년 설립했지만 펀드가 8개, 운용 규모는 3,000억원을 넘는다. 회수한 3개 펀드의 평균 투자 기간은 1.9년인데 평균 수익률은 122%다. The E&M(수익률 194.8%), 가야산샘물(78.3%), 유바이오로직스(206650)(일부 회수·17.7%)가 대표적이다. 모바일게임사 롱투코리아(투자액 250억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반도체 장비제조사 한주반도체(110억원), 소비가전 업체 코스모앤컴퍼니(400억원), 2차 전지 관련 코스모신소재(005070)(100억원), 해마로푸드까지 전 산업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KL&P는 전문운용역 4명 등 총 6명의 인력으로 비교적 단출하다. 김 대표는 “영역별로 역량 있는 인재가 똘똘 뭉쳐 상호 보완적 팀워크를 갖춘 것이 고수익의 비결”이라고 답했다. 딜 구조와 조율을 맡는 김 대표는 행시 재경직(44회) 출신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자금시장과를 거친 정통 엘리트 경제 관료다. 10년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2010년 3월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에서 4년의 경력을 더 쌓고 2015년 KL&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김 대표의 폭넓은 시야가 다른 PEF 운용사와 달리 거시적 흐름을 탄 투자를 하는 비결이다. 인력은 산업계(시장분석), 증권사IB(펀딩·인수금융), 회계법인(실사), CFO(PMI) 등 골고루 배치됐다. 6명의 누적 투자 경력은 32.6년이다.
해마로푸드 인수도 KL&P의 인사이트가 빛을 봤다. 김 대표는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시장이 커져 햄버거 수요가 늘 것이란 점, 작고 효율적인 점포를 무기로 서울·수도권에서의 성장 가능성, 해외 진출 가능성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맘스터치는 국내 햄버거 업계에서 매장 수 2위다. 경상도 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점포를 늘려왔다. 치킨 패티만 집중,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의 창업 비용 및 점포 크기, 적은 인력으로 운영가능하다. 김 대표는 “1,243개인 매장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년 40~60개를 늘려 2,000개를 달성할 것”이라며고 설명했다.
KL&P만의 딜소싱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이제 단순히 돈만 필요한 곳은 없다”며 “기업의 요구사항에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일종의 멀티엣지 투자 전략으로 가업승계나 경영권 안정화,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 등 입체적인 전략을 짜 대응하는 것이 고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첫 블라인드 펀드 조성도 시작한다. 김 대표는 “연내 2,000억~3,000억원 규모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메가 트랜드에 맞는 투자처를 발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도원·서일범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