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9일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제도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민간교류 단절’에 가까운 이번 조치가 향후 외교·안보 분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지난 6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대 상황을 감안해 사증 심사를 지금까지보다 신중히 진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미 신청을 수리한 것을 포함해 평소보다 심사에 시간이 소요되므로 미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긴급, 인도적 안건 등을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광 등의 목적으로 단기간 일본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비자 신청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중국에 있는 일본대사관 또는 총영사관에서 발급한 기존 일본 방문 비자의 효력도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정지된다. 일본 정부는 또 대구와 경북 지역 등의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입국금지 지역 이외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이들도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 사실상 14일간 격리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9일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응의 효력을 정지한다. 일본발 모든 입국 외국인은 특별입국절차를 적용받는다.
양국의 입국제한 조치강화로 1965년 이후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도 55년간 이어져온 한일 민간교류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실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등으로 지난해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음에도 양국의 민간 차원교류는 활발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58만명에 이르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도 32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한일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민간교류의 문턱을 대폭 높이면서 양국 국민의 인적·물적 피해도 불가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민간교류의 단절은 양국 모두의 국익에 이롭지 않은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 외교적 해법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분수령은 일본 정부가 한국발 입국제한을 강화한 뒤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9일 수석·보좌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추가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6일(현지시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의 입국제한 조처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을 대면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가 화합(unison)해야 한다는 게 WHO의 의견”이라고 양국의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