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사진) CJ그룹 부회장이 CJ지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CJ는 박 부회장이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 원칙에 따라 CJ 대한통운 대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지주회사 이사에서 사임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이달 30일 열리는 CJ지주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에서 사임한다. CJ 관계자는 “지난해 CJ는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 등 원칙을 밝히며 지주사 전체 인력의 절반 가량을 계열사로 배치한 바 있다”며 “이 같은 원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부회장은 여전히 CJ의 대외 업무 등을 전담하고 그룹 계열사 CEO 중 선임인 부회장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한통운이 CJ 그룹 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물류 분야 확장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손경식 회장, 김홍기 부사장과 함께 CJ지주 3인 대표이사의 한 명이면서 대한통운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이달 말 CJ지주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 CJ지주는 손 회장과 김 부사장 투톱 체제로 재편된다.
앞서 CJ 그룹은 지난해 말 재무구조 악화 등에 따라 지주사 임직원을 계열사로 전진 배치하고 2020년을 ‘혁신 성장으로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해’로 삼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책임경영 강화 일환이라는 CJ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박 부회장의 임기가 약 2년 가까이 남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등기이사는 상징적인 자리”라며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박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CJ가 영입했던 ‘삼성맨’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측은 “어렵게 모신 분들로 관련 인사는 대한통운 강화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박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 출신인 CJ 지주 홍보실장 등이 지난해 교체되면서 ‘삼성맨’의 후퇴가 현실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삼성 입사 후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등을 거쳐 2004년 삼성캐피탈·삼성카드 대표를 맡았다. 이후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삼성생명 사장·부회장,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을 거치고 CJ로 옮겼다.
한편 박 부회장이 빠진 등기이사 자리엔 최은석 부사장이 들어간다. 최 부사장은 CJ GLS 경영지원실장, CJ대한통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현재 CJ지주사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