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기준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국내 증시의 낙폭이 커지는 가운데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며 시장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최근 폭락장에서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공매도 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로 증가하자 공매도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10일 주식시장 마감 후 파미셀, 디엔에이링크, 마크로젠, 씨젠, 아이티센, 앱클론, 엑세스바이오, 엘컴텍, 오상자이엘, 인트론바이오, 제이에스티나 등 11개사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종목은 금융위가 이날 밝힌 공매도 과열종목 제도 강화의 첫 대상이 돼 11일부터 2주간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방안에는 당일 20% 이상 주가가 하락한 경우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이 2배 이상(코스닥은 1.5배 이상)이면 다음날부터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은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을 직전 40거래일간 공매도 거래대금 평균으로 나눈 수치다. 이를 통해 1일 낙폭이 큰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함으로써 연속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기대다. 아울러 주가 하락률이 20% 이하인 경우에도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기준을 절반으로 낮춰 향후 장에서 낙폭 확대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공매도 금지 기간도 하루에서 10거래일(2주)로 늘어난다. 이날 발표한 조치는 오는 6월9일까지 3개월간 시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기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는 종목 수가 현재보다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428억원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3,180억원)의 2배가 넘었다. 지난해 전체 690개 종목 머물렀던 유가증권시장·코스닥 공매도 과열 종목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며 올 들어서만도 지난 9일까지 벌써 257개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이번 방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인 공매도 규제는 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어제(블랙먼데이)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한시적 금지보다는 수위가 낮은 만큼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내에서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것은 2008년 10월1일부터 2009년 5월31일까지 8개월간이다. 이어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재차 시행됐다가 3개월 후 풀렸다.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에도 이 기간 지수는 엇갈렸다. 2008년 공매도 금지기간 코스닥은 10.0%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오히려 3.4% 하락했고 2011년에는 코스피(-12.1%)와 코스닥(-9.9%) 모두 떨어졌다.
따라서 좀 더 강도 높은 공매도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장은 선제 대응해야 정책효과가 크다”며 “불안심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만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 확대가 아닌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대책 발표 전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안도 포함해 검토했으나 10일 아시아 시장과 뉴욕선물시장도 안정세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해 부분금지안으로 정했다”며 “상황별 컨틴전시플랜이 마련돼 있는 만큼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실기하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