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어코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나섰습니다. “한국정치사에 두고두고 오점” “참 나쁜 정치” “체면도 염치도 없다“며 미래한국당을 일방적으로 비판해오던 민주당이 결국 ‘자기부정’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주당은 왜 그간의 원칙과 명분을 뒤집고 “내로남불”의 길을 걷게된 걸까요.
14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양쪽에서 민주당을 협공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한 핵심관계자는 “우리는 비례 의석이 7석이든 5석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원내 1·3당이 되는 사태를 막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미래한국당이 보수진영의 정당투표를 독점해 15석 이상을 차지하면 원내 교섭단체인 동시에 민주당과 통합당 다음으로 원내 3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 경우 민주당이 추진하는 ‘문재인 정권 후반기 플랜’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국회의장직을 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간 국회의장직은 원내 제1당이 관례처럼 가져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관례는 관례일 뿐입니다. 국회법 15조는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원내2당이나 3당 소속 의원이더라도 국회 과반의 동의를 받으면 의장이 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국회의장이 한 역할을 생각한다면, 국회의장을 통합당에 빼앗기는 상황은 민주당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연말 4+1협의체(민주·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통해 이뤄놓은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공수처)’가 야당 손에 넘어가는 상황도 고민거리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 추천자(2명) △이 외의 교섭단체 추천자(2명)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후보 추천 정족수는 6명입니다. 즉, 야당 몫 추천 위원 2명을 제외한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이 둘이 반대한다면 추천위를 통과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만약 미래통합당이 원내3당이 된다면 제1야당과 제2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함께 해 공수처장 임명을 막아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러 차례 “의석이 크게 줄어드는 손해도 기꺼이 감수하고 선거개혁의 길에 나섰다”고 한 만큼 의석수 감소는 비례정당 창당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게 군소정당들의 입장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8일 ‘비례정당 참여 불가‘를 선언한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를 “내로남불”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을 때도 정의당은 당내 반발여론을 꾹꾹 누르며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습니다. 그만큼 민주당과의 협력 관계를 중요시해온 정의당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공직선거법 개정에 함께해 온 민주당이 ’배신‘하자 정의당의 불만은 들끓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민생당과 정의당에 선거비례연합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지만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마저 겪었습니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제안서를 전달하기 위해 심 대표를 찾아갔지만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심 대표의 냉대만 돌아왔습니다. 민생당 김정화 대표는 “왜 스팸메일을 가져오시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자 윤 총장 역시 “예절부터 배워야하는 분과 정치를 하기가 힘들다”고 받아치며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고도의 정무적 작업”이라는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말처럼 협상은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다음주 중에 참여하는 당을 확정하고 그 주말까지는 비례대표 명부를 확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선거법상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확정해야하는 26일까지 치열한 물밑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