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코로나 쇼크 확산...조업중단 보험 절실"

감염병 등으로 조업중단 위험 커져

보험硏, 정부차원 지원 필요성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기업의 조업 중단(휴지) 리스크를 보장하는 기업보험의 보장 확대를 통해 보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무역제재나 테러·감염병 등의 대규모 피해를 보장하는 기업휴지손해보장보험의 경우 민간보험에서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개입을 통해 위험을 조정하고 기업의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15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국내 기업휴지손해보험 계약 건수는 1,458건으로 국내 기업의 가입률은 0.02% 수준에 그쳤다. 기업휴지보험이란 조업 중단에 따른 고정비 지출과 상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보통 화재·기계보험의 특약이나 재산종합보험 형태로 가입한다. 그런데 화재보험 중 해당 특약을 가입한 비율이 0.43%에 그쳤고 재산종합보험에서도 계약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기업휴지보험 판매가 저조한 것은 손해보험사들이 상품 설계와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보험상품이 만들어지려면 동질의 위험집단이 구성돼야 하는데 계약별로 위험요인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상품 운용이 어렵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위험평가와 인수심사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상품 공급에 소극적이고 위험 대비 높은 보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의 관심도 저조하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기업보험 수요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대다수는 조업 중단 위험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응답기업의 11.3%만 휴지 위험을 보험이나 공제로 관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반면 미국·영국·호주·캐나다·독일·프랑스 등은 기업보험에 기업휴지담보가 기본 담보로 제공돼 가입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9·11테러 당시 기업에 지급된 피해 지원·보상금 약 233억달러(2004년 기준) 중 기업이 가입한 보험에서 지급된 금액이 전체의 73%(27%는 정부 보조금)에 달했다. 보험사들은 손해액이 급증하자 기업보험에 테러면책조항을 추가하며 손해율 관리에 나섰는데 미국 정부는 테러담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손실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연방정부가 보험사의 위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험시장에 적극 개입해 보장 공백을 최소화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국내 기업휴지보험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시판된 기업휴지보험은 감염병, 테러, 화재·폭발, 자연재해 등에 따른 조업 중단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공급망이 복잡화·글로벌화하면서 대형 자연재해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의 트리거와 결합해 기업의 휴지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 재난 시 피해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실패 가능성이 높은 위험에 대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보험료 지원, 재보험 공급 등으로 정부가 보험시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상품 개발도 필수적이다. 2014년 에볼라 발생 당시 미국에서는 감염병으로 강제폐쇄명령이 내려져 조업이 중단된 경우 물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업휴지보험이 판매된 바 있다. 또 최근 미국의 보험연구기관인 ISO는 코로나19 관련 강제폐쇄명령으로 인한 기업휴지 손해를 보장하는 참조약관을 발표하기도 했다. 손 연구위원은 “감염병 등의 리스크는 과거 경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손실이 지리적으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민간보험이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보험시장 개입을 통해 보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