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균으로 만든 가죽이 머지않아 우리나라 패션시장에 선보일 것입니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적인 대체가죽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바이오기술 스타트업 마이셀의 사성진(44·사진) 대표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소가죽과 유사한 시제품을 완성했다”며 “앞으로 천연가죽 성질을 가장 유사하게 모사하는 독자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가죽 생산원리는 버섯 균사체가 자라는 환경을 제어해 스트레스를 받은 균사체가 버섯으로 성장하지 않고 자체 증식을 통해 덩어리로 서로 얽히게 만드는 데 있다. 영지버섯·상황버섯 등의 균사체를 돌연변이로 유도하는 기술이다. 평평하게 자란 균사체 덩어리를 마
이셀이 개발한 천연 고분자화합물인 바이오 복합재로 처리해 가죽처럼 만든다.
사 대표는 “균사체 자체를 가죽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기술로 배양부터 가죽 도장·코팅까지 모두 자체 개발했다”며 “완성된 결과물은 내구성 기준인 인장강도나 찢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인열강도 실험에서 모두 소가죽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버섯 균 대체가죽 개발이 마이셀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마이코웍스사는 버섯 균사체로 가공한 가죽을 개발해 1,700만달러(약 195억원)를 투자받은 후 이달 초 뉴욕에서 지갑 등 패션상품을 선보였다. 사 대표는 “국내에서 대체가죽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사실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며 “마이코웍스의 투자유치나 성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가죽의 가능성을 인정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셀은 사 대표 등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 연구원 3명이 현대차 지원을 받아 지난 2016년 만든 사내벤처다. 다음달 분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 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사 대표는 국내에서 생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년 동안 프랑스 도로교통안전국 소속 연구소의 연
구원을 마친 후 2010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원래 마이셀 팀원들은 기계·전자공학 엔지니어들로 바이오·농업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전공 서적을 뒤져가며 처음부터 하나하나 기술들을 습득했다.
사 대표는 “국내 버섯 생산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연구를 시작할 당시 가죽 공정을 쉽게 생각했지만 국내 전문가가 전무했고 산업화 기술도 낙후됐었다”며 “앞으로 대체가죽 양산이 본격화된다면 관련 농업 자원을 산업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대체가죽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는 것은 친환경이다. 그는 “대체가죽 가공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소가죽 공정과 비교해 99%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며 “친환경적이면서 생산비용이 소가죽보다 덜 드는 강점이 있고 균 배양부터 가죽 공정까지 기간도 4주 정도로 짧다”고 말했다.
마이셀은 분사 후 투자유치를 통해 배양시설을 확충하고 양산 가능성도 검증할 계획이다. 그는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