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獨까지 국경 봉쇄...자유왕래 '솅겐조약' 무색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악화하자 각국이 앞다퉈 국경 봉쇄에 나섰다. 불과 나흘 전 국경 폐쇄는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던 독일이 5개국과의 국경을 봉쇄했고, 체코는 자국민의 국내·해외 여행과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을 중단했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외에 오스트리아도 전국적인 이동 제한령을 내린 상태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솅겐조약까지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솅겐조약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에 체결된 국경개방조약으로, 이 조약에 가입한 26개국은 여권검사 등의 출입국 수속 없이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6일 오전8시부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스위스·룩셈부르크·덴마크 등 5개국과의 국경을 통제한다. 독일은 이날 오전 이들 국가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이 문제를 협의했다. 이로써 독일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9개국 중 절반 이상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다만 이 조치가 시행된 후에도 독일과 이들 국가를 오가는 통근자들과 물자는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 있는 독일인도 허가 없이 입국할 수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국경을 통과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은 더 이상 독일에 입국하거나 독일을 떠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인접국에서 독일로 넘어와 사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독일의 북쪽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덴마크와 동쪽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체코는 이미 자국의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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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이번 조치는 불과 나흘 전 발언을 뒤집는 것이어서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까지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EU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국경을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경 폐쇄는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라며 국경 폐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 내 확진자는 1,300여명, 사망자는 3명으로 여타 유럽 국가 대비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약 6,000명과 13명으로 급증하자 확산 통제에 실패했다고 판단, 국경 봉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다른 EU 회원국들은 이미 국경 봉쇄에 나선 상태다. 체코는 13일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16일부터 시행된다. 덴마크는 14일 정오부터 약 한 달 동안 국경을 봉쇄한다. 폴란드도 13일 약 열흘간 외국인의 입국을 막겠다고 밝혔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날 16일부터 국경을 넘는 관광을 중단하기로 협의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국경을 오가는 통근과 물자의 교환은 허용된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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