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한은 '빅컷'에 올 순익 5,000억 증발 불보듯...은행 초비상

[한은 기준금리 0.5%P 인하]

대출규제·코로나 이어 '설상가상'

순이자마진도 최대 6bp 떨어질듯

순익목표 재조정 등 비상경영 돌입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은행권이 초비상이다. 각종 대출 규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금리마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자 대형 은행마다 주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수천억원씩 증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임시회의를 열어 0.5%포인트 금리를 내리자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초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경영전략의 전면적인 재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경제 및 금융산업 파장은 물론 자회사별 위험 요인에 대한 점검까지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금융 역시 지난해 말 세운 사업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105560)·하나금융도 비상대책을 세우며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은행권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연간 순이익이 2,000억~3,000억원씩 감소한다. 즉 이번에는 0.5%포인트 인하로 대형 시중은행들이 5,000억원 안팎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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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권 NIM은 하락세에 속도가 붙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4·4분기 NIM은 1.46%로 전년 동기(1.61%)보다 15bp 하락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41%로 전년 동기(1.56%)보다 15bp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1.37%로 4대 은행 중 NIM이 가장 낮았다. 전년 동기(1.51%) 대비 하락폭은 14bp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NIM이 1.61%로 가장 높았지만, 전년 동기(1.7%)보다 9bp 하락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올해 1·4분기 NIM 하락폭은 더욱 확대돼 3~4bp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제로금리에서 연간 NIM이 약 6bp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NIM을 상쇄하기 위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말 초고강도의 12·16 부동산 대출 규제로 예전과 같은 대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3종 세트로 실수요자 대출이 막히면서 수익성 하락은 예견된 상황이다. 여기에 DLF·라임 사태 등으로 비이자 수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점도 은행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은행권은 순익 재조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미 신한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10%가량 낮춰 잡고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제로금리 시대로 올 순익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은행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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