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의 무역마찰 등 복합 위기 속에 우리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끊이지 않던 한 해였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서도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야 하는 금융권의 생존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베스트뱅커 대상 심사를 맡으며 우리 금융산업이 당면한 과제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도전과 새로운 생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혁신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며 한국 금융의 밝은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상사 및 수상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경영 노하우가 다른 금융인과 금융기관들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도 베스트뱅커 대상에 많은 금융기업과 금융인들이 응모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심사위원들은 부문별로 세부 심사 기준을 두고 수상자 및 수상사를 선정했다. 선정기준은 공통부문에서 △공익추구 및 윤리경영 노력(30점) △사회 공헌과 고객 만족도(20점) △리더십과 업계 기여도(20점) △고객 서비스 개선(20점) △경영 성과 및 효율성(10점) 등이다.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에서는 △독창적인 상품·서비스 개발(30점) △마케팅 지원제도 도입(10점) △고객만족도(20점) △경영 성과 및 효율성(20점) △정도 영업 및 회사 기여도(20점) 등을 평가했다.
심사 결과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베스트 뱅커로는 ‘고객중심주의’를 최우선 경영 원칙으로 내세우고 은행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선정됐다. 진 행장이 1년간 보여준 경영 행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글로벌 영토 확장 등 은행의 당면과제 달성과 고객 가치 제고가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베스트 여성 뱅커를 수상한 장미경 NH농협은행 여신심사부문 부행장은 여성 뱅커들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인들에게 귀감이 될 만 했다. NH농협은행의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임원 타이틀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장 부행장은 저신용자,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확대에 앞장서고 있으며 여성 금융인의 롤모델로서 청소년 대상 멘토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베스트뱅크에는 디지털과 글로벌에 역점을 두고 은행·금융투자·카드·보험·저축은행·캐피털 등의 전 금융 업권을 아우르는 매트릭스 체계로 종합 뱅킹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이 선정됐다. 금융환경 변화의 흐름을 먼저 읽고 전통적인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베스트 사회공헌상은 청년취업, 창업생태계 지원, 경력단절 여성 채용, 소외계층 자립지원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에 돌아갔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전국에 100개에 달하는 국공립·직장 어린이집을 설립 추진 중이다. 100개의 어린이집을 씨앗 삼아 급격한 고령화 단계를 밟고 있는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의 날갯짓이 이어질지 기대가 크다. 서민금융상은 서민들의 금융 니즈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으로 상품을 내놓으며 포용금융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받게 됐다. NH농협은행은 베스트 개인금융을, 소재·부품·장비 기업 및 혁신성장기업 중점 지원을 위한 중장기 기술금융 지원 로드맵을 정립하고 생산적 금융지원을 확대한 우리은행은 베스트 기업금융을 수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술금융 순증가 부문에서 시중은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들 은행들은 금융기관으로서 공공적 역할을 다하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베스트 여신금융인과 베스트 여신금융에는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와 신한카드, 베스트 저축은행인과 베스트 저축은행에는 김성근 세람저축은행 대표와 JT저축은행이 선정됐다. 가계대출 규제강화와 내수시장의 장기불황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한 가운데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뤄냈다.
베스트 금융공기업에는 KDB산업은행이 선정됐다. KDB산업은행은 국내 최대 혁신 성장 플랫폼인 ‘넥스트 라운드’를 통해 벤처기업의 투자유치와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수소에너지, 스마트팩토리, 알츠하이머 신약, 차세대 모빌리티 등 핵심육성산업 중심의 테마 투자를 통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 밑거름이 되는 모험자본 공급에 있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금융기관과 금융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야말로 금융혁신의 근간이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