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추가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규모 집단 감염에서 보듯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을 예방하는 유효한 예방 수칙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완전히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방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주위와 관계를 단절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의 생활화는 그리 쉽지 않다. 좋은 취지와 올바른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짧은 시간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가는 시간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은 주위 사람과 함께 어울리며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자 하는 특성이 있기에 사회활동을 무조건 억제할 수도 없다.
여기서 모순이 생겨난다.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편이 좋지만 사람의 특성상 마냥 한정된 장소에서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코로나19의 무서운 전파력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 강압은 아니지만 억압의 고통을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억압을 벗어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활동 사이의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고통을 이겨내는 길을 찾으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는 청정지역에 소규모로 여행을 떠난다. 음식을 준비하거나 포장해서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을 이용해 숙소에 머물며 그간의 답답한 생활을 달랜다. 하지만 최근 봄철 꽃구경으로 유명한 곳을 찾는 상춘객이 늘면서 해당 지역의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앞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유의미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하지 말자는 수칙이 많이 늘어나고 할 수 있는 활동이 자꾸 줄어들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가 피로를 초래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토론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스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오는 답답함을 줄이는 방법, 현장을 찾지 않아도 봄꽃을 구경할 수 있는 방법 등등이 있을 수 있다.
토론으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정부가 좋은 방법을 채택해 일반 시민에게 권장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사회운영에 참여하는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찍이 없었던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혼자 모든 것을 다한다는 자세보다 사안별로 국민이나 전문가 그룹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두가 주체가 될 때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상앙은 국가의 중대사를 비밀스럽고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 식견이 없으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줄 몰라 쉽게 놀라서 두려움을 갖기 쉽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그는 “일반 백성은 처음부터 함께 논의할 수 없고 나중에 이뤄진 결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민불가여려시·民不可與慮始, 이가여락성·而可與樂成)”고 했다.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적인 사안이 아니라 위에서 들었던 실례를 해결하는 경우 상앙의 말에서 불(不)자를 빼는 수정이 필요하다. “일반 시민은 처음부터 함께 논의할 수 있고 나중에 이뤄진 결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민가여려시·民可與慮始, 이가여락성·而可與樂成).”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정부만이 주체가 돼서는 결코 극복할 수가 없다. 정부만 주체가 되면 정부가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억압적 관계가 돼 오히려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세계시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감염 예방의 수칙을 지키면서 ‘민가여려시, 이가여락성’처럼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될 때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거리를 두면서도 유의미한 생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현대인의 삶을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