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코로나 19사태처럼 재선 정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무력도발 등 추가적인 돌발변수를 줄이기 위한 위기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새벽 담화를 통해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코로나 친서’를 보낸 것은 북한 리스크 관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과 9일에 이어 전날에도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하며 대미 압박수위를 높였다. 군사전문가들은 공개된 사진과 발사체의 고도 등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전날 발사한 무기를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로 추정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사격은 기존에 ‘시험사격’이 아닌 ‘시범사격’으로 표현됐다”며 “개발 중인 무기의 시험이 아니라 실전화를 앞둔 시범적인 사격임을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제1부부장이 이례적으로 새벽에 급하게 담화를 낸 점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 역시 대북제재와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국내의 불만을 차단하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가 사실상 멈춰선 가운데 남북미 정상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친서 외교를 재개하면서 방역협력을 매개로 한 관계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실제 김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면서 코로나19 방역에서 북측과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소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27일 북한의 코로나19 대처를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한해 대북 경제제재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북미갈등의 근본원인인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미가 여전히 큰 입장 차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김 제1부부장이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김 제1부부장이 올해 들어 한국과 미국 정상과 관련된 담화를 연이어 내놓은 것 또한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이 대남 및 대미입장을 표명할 때 ‘백두혈통’인 여동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김 제1부부장은 향후 북미협상에도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진다.